(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BBC 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에 영국을 방문할 것 같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백악관을 방문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로부터 전달받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빈방문 요청을 받고 연내 방문을 약속했다.
하지만 방문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미 정부 대표로서 방문이 허용돼야 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곤란한 상황에 빠트리기 때문에 국빈방문이 허용돼선 안 된다"고 주장한 의회 온라인 청원에는 185만명이나 서명했다.
야당 정치인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수치스러운 무슬림 입국 금지와 난민·여성 공격으로 양국 공동의 가치들을 남용하는 트럼프는 영국에서 환영받아선 안 된다."(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수치스러운 무슬림 입국 금지가 끝나기 전에는 트럼프의 방문은 유보돼야 한다."(팀 패런 당시 자유민주당 대표)
야당 의원 70여명은 국빈방문 요청 철회를 요구하는 발의안에 서명하기도 했고, 존 버커우 하원의장이 "받을 만한 이가 얻는 영예"라고 표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사당 내 ) 웨스트민스터 홀 연설을 요청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첫 취임 후 2년반만에 국빈방문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둘러 국빈방문을 요청한 이유를 놓고서도 논란이 제기됐다. 시민운동가, 노동당 의원, 노동단체 등은 '스톱 트럼프'(Stop Trump) 연대를 결성해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방문 때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벼르고 있다.
노동당을 지지하는 일간 가디언은 영국 총리실의 한 고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9일 메이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영국 국민이 자신을 환영한다고 느낄 때까진 방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7~8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오는 14일 프랑스의 바스티유 날 기념식 사이에 국빈방문과는 별도로 스코틀랜드에 있는 자신의 골프리조트에 들른 뒤 런던을 '기습방문'해 메이 총리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지만 트럼프의 기습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도중 별도로 메이 총리와 양자회담을 시작하기 전 국빈방문이 진행 중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런던에 갈 것이다. 그렇다"고 말한 뒤 시기를 묻자 "날짜를 정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BBC는 백악관이 "상호 받아들일 수 있는 날짜"를 찾기를 고대하고 있다면서 영국 국빈방문이 내년에 이뤄질 것 같다는 자사의 보도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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