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 세종시] ③기관 65% 이전…이제는 행정수도다

입력 2017-07-13 07:00   수정 2017-07-13 07:03

[상전벽해 세종시] ③기관 65% 이전…이제는 행정수도다

개헌안 공감대 형성 안간힘…자족기능 확충·지방분권 뒷받침



(세종=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세종시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행정수도 완성의 첫발을 떼기 위해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을 향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데다 수도권 과밀해소라는 국가적 목표를 현실화할 적기로 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시절부터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한 터라 행정중심복합도시 착공 10년·세종시 출범 5년을 맞은 올해를 숙원사업의 전기로 삼을 계획이다.



◇ 개헌을 통한 명문화

세종시와 시민단체는 개헌안에 '세종시=행정수도' 도식을 그려 넣고자 전방위 활동을 펼치는 한편 각종 규제를 하나하나 손질할 수 있도록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행정수도가 지역의 의제가 아닌 국가적 보편성을 띤 과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행복도시법)은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 선도를 위해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명패를 걸었다.

이 과제는 그러나 사실상 행정수도가 짊어지는 게 맞는다는 게 세종시의 판단이다.

중앙행정기관 ⅔ 이상이 세종시로 이전하고 국회 분원 설치·미이전 부처 이전 등 논의가 활발한 상황에서 행정수도 완성론은 더 힘을 얻는다.


문제는 근거 마련이다.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에 한 차례 꿈을 접은 세종시는 개헌안에 행정수도를 명문화하는 게 필수라고 보고 있다.

"수도가 서울이면 지방은 하수도냐"라며 자조 섞인 비난만 할 시기는 지났다는 설명이다.

지난 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SCC)에서 열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세종시 심포지엄'에서는 행정수도 개헌안에 대한 의미 있는 의견도 제시됐다.

윤수정 공주대 교수는 '대한민국 수도는 세종시'라는 조항을 넣는 방안, 이중수도 개념을 차용해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며 행정수도는 세종시'라는 조항을 넣은 방안, '대한민국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을 넣는 방안 등 3가지 안을 내놨다.

윤 교수는 "수도가 헌법사항인지에 대한 논의는 별건으로 치더라도 개헌 내용에 수도 이전이 포함된다고 한다면 그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며 설명했다.


배재대 임헌만 교수와 충남대 신희권 교수는 국회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교수는 "헌법 전문과 총강을 포함하는 전체 조항에 걸친 지방분권형 개헌과 행정수도 명문화를 동반 추진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법적 뒷받침 없이 진행되는 행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조치는 또 위헌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어서 국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는 오는 17일 제헌절을 전후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방침이다.

국민 의견 수렴과 공청회도 진행할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세종시 행정수도 개헌안 문제도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행정수도 완성 과정에 사실상 한 축을 담당하는 행정수도 완성 세종시민대책위원회 역시 전 국민 공감대 마련을 위한 홍보전과 함께 법률 지원단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이영선 대책위 법률위원장(변호사)은 "행정수도 외국 입법례, 개헌 필요성과 입법 방식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며 "국회 개헌특위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것에 발맞춰 행정수도 규정을 헌법에 신설해야 할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정립하는 한편 국민께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알리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자족기능 확충과 자치분권의 길

총 3단계로 나눠 진행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사업 중 행정기관 이전과 기반시설 투자를 골자로 한 1단계 개발은 2015년 완료됐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2단계 개발 계획의 핵심은 자족기능 확보를 통한 도시 성숙이다.

명실상부한 자족도시가 행정수도의 굄돌이 된다는 구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진행하는 3단계 완성 과정을 거쳐 인구 80만명(읍·면 30만명 포함)의 명품도시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는 2단계 사업 비중이 커진 만큼 핵심적인 키워드 두 가지를 전면에 세웠다.

행정수도라는 정체성에 맞는 도시 기능 완수와 도농복합도시 성공 기반 마련이다.

이춘희 세종시장 스스로 이 두 가지 과제를 우선순위로 두고 시책을 구상 중이다.

이 시장은 지난 3월 호주의 행정수도 캔버라를 방문한 뒤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캔버라는 자연 친화적이지만 산업 측면의 취약성에 따른 자족성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며 "우리도 깊이 고민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민선 6기 비전 브리핑에서도 세종국가산업단지 조성, 국립행정대학원 설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융합 의·과학대학원 유치 등을 통해 자족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사통팔달 도로망 조성, 아이·여성특화 시책, 도농 상생과 도시재생사업 등도 지속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세종시는 아울러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세종시법) 전면 개정을 통해 제주도 수준으로 자치권을 강화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 안에서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 시범지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다.

세종시 설치 목적에 '고도의 자치권 보장을 통해 지방분권을 촉진한다'는 내용을 삽입하고, 조직 자율성 확보·실질적 재정 특례 보장·지역인재 할당제 등을 담도록 할 예정이다.


국내 균형발전 상징 지역으로서 제주특별자치도와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연방제 수준 자치분권 시범도시 운영은 국내에선 첫 시도"라며 "구체적인 안은 국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하나씩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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