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 "우리와 조율없이 러 기업이 가져가"…러 기업 "중고제품 구매해 개조"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세계적 명성의 독일 전기·전자기기 제조 회사 '지멘스'의 발전용 터빈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병합한 크림으로 공급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멘스의 터빈 공급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가하고 있는 제재를 위반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주재 독일 대사는 11일(현지시간) "만일 터빈의 크림 공급이 사실이면 지멘스는 속은 것이고 이는 계약 위반이자 심각한 신뢰 훼손이며 독일의 대러 투자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사는 러시아 당국이 이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멘스사는 이날 가스 터빈의 크림 공급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 기업 '테흐노프롬엑스포르트' 경영진을 상대로 모스크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타스 통신에 밝혔다.
지멘스는 또 러시아 기계제작사와 합작으로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설립한 터빈 생산 회사도 소송 대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모스크바 중재법원도 지멘스사의 소송 접수 사실을 확인했다.
논란은 며칠 전 로이터 통신이 크림으로 지멘스제 발전용 가스 터빈이 공급됐다고 처음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이와 관련 지멘스는 10일 해명자료를 내고 "소식통을 통해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주의) 타만 지역 프로젝트를 위해 공급된 최소 2기의 가스 터빈이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크림으로 이송됐다는 정보를 확보했다"며 러시아의 첨단기술제품 생산 및 수출을 지원하는 국영기업 '로스테흐'의 자회사 '테흐노프롬엑스포르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멘스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우리 고객(테흐노프롬엑스포르트)이 크림으로 터빈이 공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해 왔으며, 실제로 터빈이 크림으로 공급됐다면 이는 계약 조건 위반"이라면서 "책임자들을 형사고발 하겠다"고 주장했다.
테흐노프롬엑스포르트는 크림 발전소 건설을 책임진 회사다.
독일 경제부도 지멘스는 크림으로의 터빈 공급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테흐노프롬엑스포르트는 지난 6일 발전용 가스 터빈 4기를 중고 시장에서 구매해 러시아 공장에서 러시아 엔지니어링 회사들의 도움으로 개조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크림에 설치되고 있는 터빈은 러시아에서 조립된 러시아 제품이라며 자국 기업을 편들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러시아 기업은 EU의 대러 제재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멘스제 가스 터빈을 구매해 해체한 뒤 러시아 공장에서 일정한 개조를 거쳐 재조립한 것으로 보인다.
EU는 지난달 러시아의 크림 병합과 관련한 대러 제재를 내년 6월까지 1년 연장한 바 있다.
이 제재는 EU 국가들이 크림산 제품을 수입하거나, 크림으로 제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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