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라 센 뮈지칼', 도심 친환경 복합시설 '밀 아르브르' 등 주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기라성 같은 건축가들의 '각축장'인 프랑스 파리에서 최근 일본 건축가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등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프랑스의 일간 르피가로는 11일(현지시간) 부동산 면에서 파리의 각종 대형 건축프로젝트를 주도해온 일본인 건축가들의 활동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1990년대 10년간 파리에서 일본인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은 3개에 불과했지만, 2010년 이후에는 매년 최소 1개 이상 일본인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고 한다.
먼저 최근 완성한 대형 프로젝트로 파리지앵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축가는 일본의 반 시게루가 꼽힌다.
그는 지난 4월 파리의 근교도시 불로뉴 비앙쿠르의 센 강변에 개관한 대형 공연장 '라 센 뮈지칼'을 설계했다.
최근 한국 출신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독주회를 열기도 한 '라 센 뮈지칼'은 콘서트홀과 대형 공연장을 갖춘 복합문화시설로, 자연 친화적이며 설치미술을 잘 활용하는 반 시게루의 건축미학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온 반 시게루는 재난현장에서 구하기 쉽고 해체·조립·이동이 편한 종이 튜브를 자재로 난민캠프 등 임시 건물을 지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4년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기도 했다.
일본 건축가가 주도하는 또 다른 대형 프로젝트로는, '구찌' 브랜드 등을 거느린 프랑스의 패션·미술 재벌인 피노 재단의 프랑수아 피노 이사장이 거액의 사재를 털어 파리 중심가에 건립하는 미술관이 있다.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맡은 이 프로젝트는 파리 레알 지구의 구(舊) 상업거래소 건물을 개조해 현대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으로 피노 이사장의 필생의 프로젝트다.
또 다른 일본인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 역시 '밀 아르브르'(Mille Arbres)라는 대형 건축프로젝트를 파리에서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 도심재생 프로젝트로 주목받는 '밀 아르브르'는 사무실과 거주용 건물, 호텔, 음식점, 어린이용 시설 등을 한데 묶어서 파리 외곽순환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을 덮는 형태로 건립하는 구상이다.
'천개의 나무'라는 이름처럼 거대한 수풀을 함께 조성해 도심의 친환경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 특징으로, 파리시의 야심 찬 도시재생 프로젝트인 '파리의 재발견'(R?inventer Paris) 공모에서 당선됐다.
파리 북부의 교외도시 생드니에 2023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되는 '생드니 플레옐' 지하철역 역시 일본인 건축가 구마 겐고가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주목받는 저명 건축가들이 대거 파리의 건축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의 '그랑 파리' 구상 때문에 가능했다.
프랑스 정부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09년 파리를 런던 뉴욕 도쿄 등과 경쟁할 수 있는 21세기형 친환경 광역도시로 변모시킨다는 구상인 '그랑 파리'(Grand Paris) 계획을 확정했다.
이 프로젝트에 실력파 일본인 건축가들이 대거 선정되면서 1990년대 초반부터 프랑스 건축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일본 건축가들의 활동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르피가로는 파리의 일본 건축가들의 작품 특성에 대해 "개성이 뚜렷해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원자재의 질감을 잘 살리는 점, 비대칭성과 투명함, 부드러움 등의 특성이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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