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기부터 장식기와까지…부여 왕흥사 유물 1만점 한자리에

입력 2017-07-12 10:08  

사리기부터 장식기와까지…부여 왕흥사 유물 1만점 한자리에

'백제 왕흥사' 특별전, 국립부여박물관서 18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정유년 2월 15일 백제왕 창(=위덕왕)이 죽은 왕자를 위해 절을 세우고 본래 사리 두 매를 묻었을 때 신의 조화로 셋이 되었다."

낙화암에서 보면 금강 건너편에 있는 부여 왕흥사(王興寺) 터에서 2007년 백제시대 사리기가 출토됐다. 이 사리기는 청동 재질의 원통형 그릇 안에 은제 항아리를 담고, 그 안에 다시 금제 병을 넣는 구조였다. 높이 10.3㎝의 원통형 그릇에는 사찰의 창건 연대와 동기를 알려주는 글자 29자가 새겨져 있었다.

사리기 명문은 역사학계의 통설을 뒤집었다. 삼국사기에 근거해 백제 법왕 2년(600)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던 왕흥사는 위덕왕(재위 554∼598)이 나라를 다스리던 577년에 건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왕흥사지 사리기는 2012년 보물로 지정됐으며, 국보 승격이 논의되고 있다.

이 사리기를 비롯해 왕흥사지에서 출토된 유물 9천800여 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전시가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열린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왕흥사 창건 1천440주년을 맞아 부여군, 국립부여박물관과 함께 18일부터 10월 9일까지 특별전 '백제 왕흥사, 정유년에 창왕을 다시 만나다'를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왕흥사를 주제로 부여에서 9년 만에 다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의 발굴 성과가 소개된다. 2013∼2014년 발굴조사 중 나온 국내 최고(最古)의 '치미'도 나온다. 치미는 전통 건축물에 사용된 장식기와로, 용마루 끝에 설치해 위엄을 높이고 귀신을 쫓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보존처리를 마치고 일반에 공개된 왕흥사지 치미는 높이가 123㎝이며, 연꽃무늬와 구름무늬 등이 잘 남아 있다. 전체적으로는 새가 꼬리를 세워 비상하는 듯한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전시장에서는 치미뿐만 아니라 복원 관련 영상과 사진도 볼 수 있다.

전시는 4부로 구성된다. 왕흥사의 개요를 설명하고 기와를 보여주는 제1부 '위덕왕, 왕흥사를 세우다'로 시작해 위덕왕이란 인물에게 초점을 맞춘 제2부 '위덕왕, 사리기에 마음을 새기다', 고려시대 왕흥사의 운영 과정을 살펴본 제3부 '왕흥사, 고려시대로 이어지다'를 거쳐 2000년부터 진행된 발굴조사 성과를 정리한 제4부 '왕흥사의 역사를 새롭게 쓰다'로 마무리된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올해가 왕흥사가 창건된 해와 같은 정유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며 "2008년 전시에서는 사리기를 중점적으로 다뤘다면, 이번 전시는 왕흥사를 전반적으로 조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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