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서민 보양식 아니다"…식당 "부재료, 임대료, 인건비 포함"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연중 초복 시즌에 가장 많이 팔리는 삼계탕 가격이 최근 너무 올라 서민들이 먹기엔 부담스러운 음식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유명 삼계탕 식당에서는 대체로 삼계탕 한 그릇을 1만6천원 안팎에 팔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T식당은 지난해 삼계탕 가격을 1만5천원에서 1만6천원으로 인상한 뒤 올해도 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2009년 이 식당의 삼계탕 가격이 1만3천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7년 만에 3천원이 오른 셈이다.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 위치한 K식당의 일반 삼계탕은 1만5천원이다. 일종의 프리미엄 삼계탕인 전복삼계탕과 산삼삼계탕은 각 2만1천원이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 있는 H식당도 일반 삼계탕을 1만5천원에 파는 등 어지간한 식당들이 대체로 1만5천∼1만6천원 선에 삼계탕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삼계탕의 원재료인 생닭 가격은 많이 내려간 상황이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이달 초 마리당 1천290원까지 하락했던 생계(1㎏ 기준) 시세는 초복이 가까워질수록 수요가 회복되며 조금씩 올라 11일에는 1천790원까지 회복됐다.
이달 1∼11일 평균가는 1천468원으로, 지난해 7월 평균가인 1천720원에 비하면 14.7% 싼 가격이다.
최근 초복을 앞두고 회사 동료들과 인근 삼계탕집을 찾았던 회사원 강 모(40) 씨는 "최근 AI로 생닭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는 뉴스를 본 것 같은데 삼계탕 가격은 오른 그대로여서 기분이 찜찜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 모(37) 씨도 "삼계탕 한 그릇이 1만6천원이나 해 더는 서민 보양식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1만원 안팎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가격이 너무 오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상당수 소비자는 AI 등의 영향으로 생닭 가격이 지난해보다 떨어졌는데도 삼계탕 가격은 오른 그대로여서 식당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인삼과 황기, 대추, 헛개, 오가피, 찹쌀 등 삼계탕에 들어가는 부재료비도 아무리 높게 잡아야 4천원을 넘기 어려워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H식당 관계자는 "삼계탕 원가에서 생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며 각종 부재료와 매년 오르는 임대료, 인건비 등이 가격에 포함돼 있어서 식당 입장에서는 결코 비싸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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