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경제수석실에 독과점규제 방안 특별지시…롯데 탈락에 큰 영향 분석
안종범·최상목·김낙회 역할에 주목…"직권남용" vs "정책판단" 공방 전망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지헌 고동욱 이보배 기자 = 감사원이 '면세점 감사'에서 롯데가 2015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부당하게 면세점 사업권을 빼앗겼다고 결론낸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롯데 배제'를 직접 지시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롯데 면세점 사업권 박탈에 박 전 대통령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당시 경제 분야 고위 관료들의 직권남용 혐의 성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12일 사정 당국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8월 경제수석실에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대기업 독과점규제 방안을 마련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은 특별지시를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제수석실을 통해 관세청,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주요 경제 부처에 "롯데에 강한 '워닝'(경고)을 보내라"는 추가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2015년 7월의 '1차 면세점 대전'이 끝난 후로, 그해 11월인 '2차 면세점 대전'을 앞둔 시기였다.
롯데의 잠실 월드타워점과 소공동 롯데면세점, SK의 워커힐면세점 3곳의 면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원점에서 새 사업자를 선정해야 해 롯데 등 기존 사업자들은 재승인을 통한 '지키기'에, 두산·신세계DF 등은 신규 진출을 통한 '빼앗기' 싸움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때다.
결과적으로 11월 새 면세점 사업자 선정 때 롯데 잠실 월드타워점 특허는 두산에, SK 워커힐면세점 특허는 신세계DF에 돌아갔다. 롯데는 본점인 소공동 롯데면세점 한 곳을 수성하는데만 그쳤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관세청이 롯데 월드타워점 심사 점수를 의도적으로 대폭 깎는 바람에 두산이 선정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내 면세점 시장을 롯데와 호텔신라 양사가 주도해온 점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언급한 '독과점 대기업'이 사실상 롯데를 가리키는 것으로 본다. 롯데와 양강을 이루는 호텔신라는 '2차 면세점 대전' 때 사업권이 만료되는 면세 사업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박 전 대통령은 직접 "강한 워닝'(경고)을 보내라"는 추가 지시를 내려 쐐기를 박은 셈이다.
'국정농단' 사건을 파헤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는 롯데 등 대기업 뇌물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경제수석실이 해당 부처에 이 같은 대통령 지시 사항과 관련한 지시를 하달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의 특별지시는 결과적으로 면세점 최종 심사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있다.
롯데가 부당하게 탈락한 '2차 면세점 대전' 심사 때 심사위원장은 '시내 면세점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해소해야 하니 고려해달라'는 공정위 공문을 심사위원들에게 낭독하게 해 롯데에 불리한 분위기를 형성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검찰은 향후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당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김낙회 관세청장·천홍욱 차장 등을 거치면서 어떻게 집행됐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당시 사업자 선정이 점수 조작 등 위법한 방식으로 진행된 점이 드러난 이상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의 관여 여부와 행동 방식이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경제 고위 관료들을 추가로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2015년 7월 신동빈 회장이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에서 전격 해임하면서 '왕자의 난'이 본격화해 국내에서 롯데그룹의 경영 행태에 관한 비판적 여론이 제기된 점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은 '롯데 배제'가 정책적 판단의 결과물로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