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확보가 관건…업계 "일본, 지분포기 압박 강화"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일본 도시바(東芝)가 반도체 부문 매각과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인 '한·미·일 연합' 외에 미국, 대만 기업과도 협의를 벌이는 것으로 12일 현지 언론에 보도되자 SK하이닉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내심 당혹감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순조롭게 성사될 것으로 예상되던 계약이 늦어지는 데다 일본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관측되면서 자칫 협상이 장기화하거나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면서 "열심히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종 계약이 늦어지는 가운데 일본 언론의 '교섭 난항' 보도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일본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협상 과정에서 도시바 메모리의 의결권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우회적으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한·미·일 연합 가운데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정책투자은행(DBJ)이 의결권 3분의 2를 확보하고, 반도체업체가 아닌 미국 베인캐피털이 나머지를 가져가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 몫으로 알려진 의결권 3분의 1 가운데 일부 혹은 전부를 확보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은 공식적으로는 '시한'이 없으나 회계연도 마감시점인 내년 3월 말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다만 일본 정부가 채무연장 등의 방식으로 개입할 경우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의결권 확보 수준을 놓고 일본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동시에 협상 자체가 무산되지 않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으로서도 홍하이에 반도체기술을 넘기기를 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큰 틀에서 협상에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SK하이닉스는 여러 대안을 놓고 접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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