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상원 소위원회 '소피아작전' 분석 보고서…EU 단속 후 사망자수 42%↑
"대형선박 대신 고무보트로 난민 나르면서 위험성 커져"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난민 밀입국 조직 퇴치를 위해 유럽연합(EU)이 시행 중인 해군작전으로 인해 지중해를 건너다 익사하는 난민 수가 오히려 늘었다는 영국 의회의 보고서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바로네스 샌딥 버마 의원이 이끄는 영국 상원의 EU 대외문제 소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EU는 지난 2015년 10월 지중해 상의 난민 참사를 초래하는 난민 밀입국 조직을 퇴치하기 위해 EU 해군이 난민선으로 추정되는 선박을 수색, 나포하는 일명 '소피아 작전'을 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피아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해에 지중해를 건너다 익사한 난민 수는 이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리비아와 이탈리아를 잇는 지중해 중부 경로에서 보트가 뒤집히는 사고 등을 당해 사망한 난민 수는 4천500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5년 3천175명보다 무려 42%나 늘어난 수치다.
올해에는 현재까지 이 구간에서 2천150명이 희생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이 경로를 통해 이탈리아 등으로 들어온 불법 난민 수도 사상 최대인 18만1천436명을 기록해 소피아 작전의 불법 난민 제어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난민 밀입국 업자들이 EU의 수색과 나포를 피하기 위해 항해에 적합하지 않은 고무보트로 난민을 실어나르면서 희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소피아 작전 시행 후 지난달 19일까지 EU 해군은 난민 밀입국업자 110명을 체포하고, 난민선 452척을 적발했다.
하지만 작전 시행 후 난민 밀입국업자들은 사업 전략을 바꿔 대형선박이 아닌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고무보트로 난민들을 이동시키기 시작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특히 중부 지중해 경로의 시작점인 리비아 해안을 떠나는 난민선의 70% 이상이 소형보트로 바뀌면서 난민들이 직면한 위험은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소피아 작전은 지중해 상의 난민 밀입국을 막아 익사하는 난민 수를 줄이겠다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며 작전이 연장돼서는 안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EU 해군의 수색작업으로 지난해에만 3만3천830명이 구조된 만큼 이런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 작성을 이끈 버마 의원은 "일단 난민 보트가 항해를 시작하면 이미 늦었다"며 "소피아 작전은 난민 밀입국을 막는다는 목표 달성은 실패했지만, EU는 비군사적인 방법을 통해 구조작업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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