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20% 인상 시에는 일회성 명시…미래부 "당시와 상황 달라"
이통사 반발 "법적 근거 없다"…국회 파행에 단통법 개정도 차질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신선미 기자 = 미래창조과학부가 새로운 수장을 맞으면서 통신비 인하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핵심 정책인 25% 요금할인에 대한 통신사의 반발이 여전한 데다 근거 법안을 담당하는 국회마저 파행 중이라 추진 동력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미래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유영민 장관 취임과 함께 25% 요금할인을 비롯한 통신비 절감 대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우선 고시 개정을 거쳐 가능한 한 9월 중 요금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2014년 10월 도입된 요금할인은 단말 구매 시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은 이용자에게 약정 기간 통신비를 일정 비율 할인해주는 제도다.
미래부는 할인율 인상을 위해 현재 사전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일정상 이달 말께 미래부가 할인율 인상을 담은 공문을 발송할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기존 20% 요금할인 가입자의 적용 방법이다.
미래부는 희망하는 기존 가입자에 한해 남은 약정 기간에 25% 할인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기존 약정 계약을 변경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통사는 이미 할인율 20%를 토대로 고객과 약정 계약을 맺은 만큼 정부가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요금할인은 기본적으로 이통사와 개인 고객 간의 계약이기에 정부가 개입해 변경할 근거가 없다"며 "정부가 강행하면 법적 분쟁이 불거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4월 요금할인율을 12%에서 20%로 올릴 때 미래부가 기존 가입자 적용을 '이번에 한해'라고 명시한 점도 말 바꾸기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당시 미래부는 보도자료와 이통사 공문 등을 통해 기존 12% 요금할인 가입자가 20% 할인율을 적용받으려면 이통사를 통해 전환 신청을 해야 하며, 새로운 할인율 전환은 '이번에 한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추정치로 산출했던 초기 할인율을 시장 상황에 맞게 처음으로 조정하면서 할인율 전환이라고 표현했고, '이번에 한한다'는 표현도 추정치에서 시장 할인율로 전환은 이번이 유일하다는 의미에서 썼던 것"이라며 "(시장 할인율을 다시 조정하는)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고객의 거부 의사가 없다면 25% 할인을 자동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고객 계약 변경 문제가 맞물려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때문에 기존 가입자가 새로운 25% 할인 계약을 맺을 경우 위약금을 면제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자동 적용은 위약금 등 고객에게 유·불리의 문제가 발생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현재는 기존 가입자가 25% 할인율 상향을 신청한 때에만 이통사 약관상 후속 처리하는 규정을 살펴보는 단계이고 검토 결과를 토대로 이통사와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래부에 따르면 20% 요금할인 누적 가입자는 지난 2월 1천500만명을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현재 요금할인을 유지하는 가입자는 1천300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24%로 추정된다.
요금제 평균 가입액 4만원을 기준으로 할인율이 5%포인트 상승하면 기존 요금할인 가입자의 통신비 절감 효과는 연간 3천억원으로 기대된다.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이통 3사는 미래부가 25% 요금할인을 밀어붙일 경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인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유영민 장관은 일단 각계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유 장관은 지난 11일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통신비 인하는 기업, 시민단체 등 이해 관계자가 많다"며 "책임감을 갖고 가급적 빨리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신비 인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국회가 여야 대치 정국으로 개점휴업 상태라 당장 추진 동력을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현재 국회에는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와 분리공시 등을 골자로 하는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안 17건이 계류 중이다.
개정안들은 이달 임시 국회에서도 청문회 일정과 추경 예산안 처리 등에 밀려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녹색소비자연대 윤문용 ICT정책국장은 "통신비 인하안 대다수가 법률 개정이 필요해 미래부 차원에서 결론이 나더라도 결국 국회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며 "통신비 인하를 위해 국회 차원의 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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