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동기, 모의 과정 등 밝혀지지 않은 부분 많아"
"철저히 진실 규명해야 재발 막을 수 있어"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1년 전 터키 쿠데타 시도 이튿날, 최고위 가담자로 아큰 외즈튀르크 공군사령관이 체포됐다는 소식에 한국 군과 터키 주재 공관 관계자들은 귀를 의심했다.
4성 장군인 외즈튀르크 전 공군사령관은 쿠데타가 발생하기 불과 보름 전 한국에 있었다.
그는 작년 6월말 연세대 주최, 공군 후원으로 열린 학술대회에 기조연설자로 초청돼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터키는 6·25 전쟁 참전 등의 인연으로 한국과 방산 협력이 활발한 나라이고, 외즈튀르크 장군은 그중에서도 한국과 관계가 각별한 지한파 인사였다.
양국 국방 협력의 핵심 인사가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지 보름만에 쿠데타 '수괴'로 나타났으니 터키와 군사 협력에 관여한 국군 인사들은 놀라움과 당혹감에 사태를 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혹스러운 일은 또 있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1년 전 쿠데타 무렵 한국에서 근무한 터키 무관 3명 가운데 1명만 복귀하고 나머지 2명은 사라졌다.
양국 협력 관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쿠데타 시도를 계기로 터키군의 권한이 약화하고, 지한파 장교들과 네트워크도 전만 못해져 양국 군이 협력사업을 논의하기가 좀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이런 상황은 비슷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터키 당국 발표에 따르면 외즈튀르크 장군은 아큰즈 기지를 사령부 삼아 쿠데타를 지휘했다.
쿠데타 저지 후 1년이 흘렀지만 외즈튀르크 장군을 비롯한 쿠데타 지휘부가 무슨 목적으로 반란을 시도했는지, 정부가 모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과 언제, 어떻게 공모했는지 등 세부적인 진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터키 정보당국과 군이 쿠데타 모의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도 이를 막지 못한 경위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쿠데타가 발생하기 전 일부 언론은 군이 쿠데타 모의 징후를 포착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여러 차례 보도했다.
특히 당일 오후에는 헬기 조종사인 O.K.(이니셜) 소령이 국가정보청(MIT)을 찾아 하칸 피단 청장 납치음모를 실토했고 쿠데타 모의가 의심된다고까지 진술했는데도 적절한 조처가 없었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은 지난달 발표한 자체 보고서에서 쿠데타 전날 훌루시 아카르 군총사령관과 피단 청장이 6시간이나 만난 점을 주목하면서, 어떤 내용이 다뤄졌는지 불확실하다며 의심의 시선을 던졌다.
아카르 군총사령관은 12일 현재까지 의회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세속주의 성향 터키 일간지 줌후리예트의 뷜렌트 외즈도안 편집국장 직무대행은 "쿠데타 이후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아직 많다"면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작년 7월 15일 전후 진실이 밝혀져야 이러한 어두운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