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없는 틸러슨…국제 외교무대서 美역할도 실종

입력 2017-07-12 15:44  

존재감 없는 틸러슨…국제 외교무대서 美역할도 실종

北ICBM 발사·카타르 단교 사태 등 산적한 현안 속 성과 못내

경험·능력 부족도 노출…트럼프 행정부 '외교 위기' 증폭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국제 외교 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실종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평가했다.

국무부 장관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외교정책을 주관하고 조율하는 막중한 임무를 띤 자리다.

이 때문에 과거 리처드 닉슨 정부 시절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국가를 뒤흔든 '워터게이트 사건' 와중에도 많은 외교정책을 추진했고, 빌 클린턴 정부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역시 대통령 탄핵 위기 속에서도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그러나 틸러슨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 의혹'에 휩싸인 상황에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며 미국 외교정책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부와 대외원조를 담당하는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의 예산을 30% 삭감하는 등 외교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영향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예산 문제를 뛰어넘어 틸러슨 장관이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틸러슨 장관은 새 행정부가 출범한 지 거의 6개월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국무부 조직 구성 작업조차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국무부 개방직 188개 자리 가운데 후보 지명이 이뤄진 것은 단 23개에 불과하다. 이 같은 업무 공백은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입지에 점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인사 등 '충성심'을 의심받는 인물들을 고위직 후보로 올렸다가 백악관에서 거부당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외교 무대에서도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카타르 단교 사태 중재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걸프국 순방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날 틸러슨 장관은 카타르와 테러조직에 대한 자금 지원을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테러 협약을 맺었지만, 사우디 등 관련 아랍권 4개국은 이는 충분하지 않은 조치라며 단교 조치를 해제할 뜻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특히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은 아예 국무부를 건너뛰고 외교 분야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 대통령의 실세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협상 문제에서도 쿠슈너 선임고문이 단독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 역시 국무부가 아닌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직접 협상을 선호한다.

틸러슨 장관은 스스로 능력 부족을 노출하기도 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한 첫 양자회담에서 미·러 '사이버보안대'(Cyber Security unit) 창설을 제안하고 이러한 사실을 공개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발언을 뒤집었다.

당시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는 틸러슨 장관만 배석했는데, 좀 더 노련한 외교관이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제안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틸러슨 장관이 이 같은 '공백'을 노출하면서 그 자리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대신 메우는 모양새도 연출되고 있다.

최근 국제사회의 최대 현안인 북한의 도발과 그에 따른 미국의 대응에 대한 주요 발언의 상당수가 헤일리 대사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 9일에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는 미국과 동맹국들에 "엄청난 위험(hugely dangerous)"이라면서 초강경 제재를 예고하고, 중국을 향해서도 무역 제재를 경고했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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