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을호씨 장남 갈대밭서 사망…"장남이 유년시절 보낸 곳"
(김제=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김제 가족간첩단 사건'에 휘말려 누명을 쓰고 숨진 고(故) 최을호씨의 장남 낙효(63·지적장애 3급)씨의 사인을 경찰이 조사 중이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일 낙효씨는 형제들과 함께 아버지 산소가 있는 전북 김제시 진봉면 고사마을 뒷산을 찾았다가 사흘 뒤 1.5㎞가량 떨어진 새만금 간척지 갈대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에 훼손 흔적은 없었다.
하반신에 갈대에 스친 약간의 생채기가 있을 뿐이었다.
현장에서는 낙효씨가 고사마을 방향으로 이동하다 갈대밭으로 들어간 흔적을 발견됐다.
경찰은 당뇨와 지적장애를 앓고 있던 낙효씨가 길을 헤매던 중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곳 갈대밭은 낙효씨가 유년시절을 보낸 장소였다.
유가족은 "30여년 만에 김제를 찾은 그가 고향의 정취와 향수를 느끼고 싶어서 갈대밭으로 들어간 것 같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유가족은 낙효씨 시신의 부검을 원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낙효씨는 김제 가족간첩단 사건의 당사자인 아버지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제를 올리기 위해 형제들과 김제를 찾았다.
고향을 떠난 지 34년 만이었다.
김제 가족간첩단 사건은 1982년 김제에서 농사를 짓던 최을호씨가 북한에 나포됐다 돌아온 뒤 조카인 최낙전·최낙교씨를 간첩으로 포섭해 간첩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당시 을호씨에게 사형이 선고됐고 1985년 10월 형이 집행됐다.
낙효씨는 아버지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지적장애를 얻었고 이후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고인은 억울하게 사형당한 아버지의 무죄 판결문을 들고 고향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며 "1차 시신 감식 결과 특별한 원인은 발견되지 않았고, 보통 성인 키보다 큰 갈대숲을 헤매다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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