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6∼18시간 열악한 근무환경, 사고 전날 5∼6시간밖에 못 자"
경찰, 과속 여부 분석결과 나오는대로 금주 중 구속영장 신청 방침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광역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 사상사고를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는 12일 사고를 낸 운전기사 김모(51)씨를 두 번째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일인 9일 조사한 데 이어 오늘 오전 다시 김씨를 불러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고 1차 때 미진한 부분을 확인하는 등 2시간가량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차 조사에서 "과로로 운전하던 중 깜빡 정신을 잃었다"고 진술했던 김씨는 이날은 "하루에 16∼18시간 근무하는 등 근무환경이 열악하기는 하다. 피로가 누적됐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진술했다.
김씨는 또 사고 당일 수면시간과 관련해 "준비시간과 (집에서 차고지까지) 이동시간을 고려해 오전 6시에 일어났기 때문에 5∼6시간밖에 되지 않았다"며 "평소에도 이런 패턴으로 일해왔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사고 전날인 8일 오전 5시에 출발하는 첫차의 운전대를 잡았고, 왕복 6차례 운행 후 오후 11시 40분에 퇴근해 19시간 가까이 근무했다. 이어 사고 당일 오전 7시 15분 운전을 시작해 3번째 운행 도중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경찰은 김씨에게 피해자 및 유족과 합의할 시간을 주기 위해 2주 정도 지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번 주에 신청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상황이 나오는 영상 증거가 명확하고 이슈로 떠오른 사건인 만큼 수사에 속도를 내려 한다"며 "도로교통공단에 블랙박스 영상을 보내 과속 여부 분석을 의뢰했는데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9일 오후 2시 40분께 서초구 원지동 경부고속도로 서울방면 415.1㎞ 지점 신양재나들목 인근에서 버스전용차로가 아닌 2차로를 달리다 다중 추돌사고를 내 18명의 사상자를 발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당시 버스에 처음 부딪힌 K5 승용차가 버스 밑으로 깔려 들어가며 승용차에 타고 있던 신모(59)·설모(56·여)씨 부부가 그 자리에서 숨졌고, 다른 추돌사고 피해 차량에 탔던 16명이 다쳤다.
김씨 교통사고 조사와 별도로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11일 경기 오산의 해당 버스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업계의 근무환경 등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과 배경을 밝히기 위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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