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독서·어려운 여자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마초 패러독스 = 미국의 성폭력 예방 활동가 잭슨 카츠가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차별을 부추기는 남성 문화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는다.
저자는 성폭력이 남성의 힘과 지배력, 여성의 복종과 종속을 미화하는 문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성폭력은 일탈이 아니라 그런 문화가 낳은 극단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이 앞으로도 침묵하고 외면한다면 여성폭력의 비극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남성 집단 내에서 여성폭력이나 성차별적 행동이 벌어졌을 때, 그것이 잘못됐다고 당당히 말하고 집단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으로 여기는 남자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남성 집단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갈마바람. 신동숙 옮김. 516쪽. 1만9천원.
▲ 200년 동안의 거짓말 = 200여 년 미국 역사에서 의사·심리학자·사회복지사 등 이른바 전문가들이 여성의 본성을 어떻게 규정하고 여성들에게 주입시켰는지 추적한다.
1970년 상원의원 허버트 험프리의 주치의 에드가 버만은 '심한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여성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1800년대 생리는 휴식과 격리가 필요한 주기적 병, 임신은 고질적이고 장애를 유발하는 병이었다. 폐경은 일종의 죽음을 뜻했다.
저자들은 여성을 향한 전문가들의 이런 조언이 과학이라는 허울을 쓴 성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여성이 허약하다는 신화와 그 해법으로 제시된 가정중심성은 여성의 독립에 반대하는 편견이라는 것이다.
푸른길. 바버라 에런라이크·디어드러 잉글리시 지음. 강세영·신영희·임현희 옮김. 500쪽. 2만8천원.
▲ 여자의 독서 = 도시건축가이자 전직 국회의원인 김진애가 여성 작가들의 책과 작품 여성 캐릭터를 소개한다.
박경리의 '토지'와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은 자존감을 일깨우는 책이다. 박완서의 '휘청거리는 오후',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는 여성들의 연대를 제시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올란도', 전경린의 '황진이'는 여성성과 남성성을 넘나든다.
"여자들이여, 책과 동행하라! 책과 함께 성장하라! 책을 통해 생각을 다듬고, 꿈을 키우고, 친구를 얻고, 동지를 얻고, 선생을 발견하라. 책은 당신을 훨씬 더 근사하게 해주고 당신의 삶을 훨씬 더 근사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다산북스. 384쪽. 1만6천원.
▲ 어려운 여자들 = 지난해 '나쁜 페미니스트'로 국내에도 이름을 알린 록산 게이 미국 퍼듀대 교수의 페미니즘 소설집. 이 시대 여성들의 삶을 묘사한 단편소설 21편이 실렸다.
'미친 여자'의 이야기다. "늦은 시각까지 야근을 하며 책상에 앉아 있는데, 상사가 슬그머니 그녀의 사무실로 들어와서는 그녀 책상 끄트머리에 너무 바짝 다가와 앉아 남자들이 그러듯 자기 영역을 주장한다. 그녀의 블라우스 앞섶을 내려다보며 주제넘게 관심을 숨기지 않고 결국 그녀로 하여금 서늘한 손으로 날카로운 편지 개봉용 칼을 쥐게 만든다."
사이행성. 김선형 옮김. 37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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