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못하는 고속도로…"차량 정체가 사고 부른다"

입력 2017-07-13 07:45   수정 2017-07-13 09:04

'이름값' 못하는 고속도로…"차량 정체가 사고 부른다"

이호신 美교수 "램프미터링 시행·톨게이트 제거로 정체 줄여야 안전"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최근 경부고속도로에서 '버스 졸음운전' 교통사고로 50대 부부가 참변을 당한 가운데 상습 정체로 '이름값'을 못하는 고속도로 자체가 사고 원인의 하나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속 100㎞ 이상으로 차량이 주행하는 고속도로에서 승용차는 자주 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고, 이 때문에 버스전용차로로 고속 주행하는 버스가 사고를 낼 가능성도 커졌다는 것이다.

국제교통인프라유지보수학회 회장인 이호신 미국 아이오와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13일 "고속도로는 이름대로 차량이 고속으로 주행하는 도로"라며 "차량이 서행하거나 멈추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고속도로는 사람으로 치면 '동맥'"이라며 "동맥에 피가 흐르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듯이, 고속도로는 차량이 멈추게 되면 사고 위험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속도로를 진정한 '고속'도로로 만들려면 램프 신호등을 제어해 진입 교통량을 조절하는 '램프미터링'을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신호등이 없는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히는 이유는 수용량보다 많은 차량이 도로에 들어왔기 때문"이라며 "진입로에서 차량을 통제해 고속도로 교통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고속도로에서는 대부분 램프미터링이 시행되고 있어 고속도로가 막히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며 "한국도 고속도로의 제 기능을 회복하려면 교통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램프미터링에 따른 주변 도로 혼잡 우려에 대해서는 "동맥인 고속도로가 뚫리면 모세혈관인 주변 도로의 차량 흐름도 자연히 향상된다"며 "진입로 확대와 정확한 교통량 조절이 이뤄지면 우려만큼 혼잡이 가중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요금을 내기 위해 차량 속도를 줄이고 멈춰야 하는 톨게이트도 모든 고속도로에서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지금은 하이패스를 미리 장착한 차량만 정차 없이 톨게이트를 지나갈 수 있지만, 현재 기술력이면 모든 차량에 요금을 사후 징수할 수 있다"며 "물론 하이패스를 사용해도 출구에서 속도를 줄여야 하지만, 지금만큼 정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량 번호를 조회해 사후에 요금을 징수하고, 납부를 안 할 때 벌금을 물리면 된다"며 "미국도 톨게이트를 없애고 요금 징수를 자동화하면서 고속도로 소통이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최근 경부고속도로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보인다"면서도 "고속도로에서 차량 정체를 방지하면 이러한 사고의 재발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사고버스는 버스전용차로인 1차로가 아니라 정체 때문에 차량들이 서행 중이던 2차로로 돌진, 승용차를 들이받으면서 여러 사상자를 냈다.

이 교수는 "이번 사고의 경우 승용차 차로는 정체였지만 버스전용 차로는 원활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며 "버스전용 차로를 승용차 차로와 분리하는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것도 이런 사고를 막는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이달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동대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20여개국 학자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리는 도로·교량·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물 유지보수 관련 국제학술대회(2017 MAIREINFRA)에 참석한다.


p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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