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회견때 "아프리카 여성 아이 7∼8명씩 낳고…" 발언에 비판 이어져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 당시 발언으로 "식민주의와 성차별적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7∼8일 독일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의 한 기자회견에서 "왜 아프리카에는 과거 미국의 유럽에 대한 마셜 플랜 같은 구상이 없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프리카에는 "문명과 관계된 문제들"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여성이 아직도 아이를 7∼8명이나 낳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면서 아무리 아프리카에 서방이 경제원조를 제공해도 효과성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아프리카의 저발전 문제에 대한 3분 남짓한 답변 가운데 이런 발언은 기자회견 직후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았지만, 미국의 한 정치학자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비판하면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미국 콜비칼리지의 로라 세이 교수는 트위터에서 마크롱의 발언이 프랑스가 아프리카에 식민지를 구축하던 시기의 발상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톨릭국가인) 프랑스가 식민지 여성들에게 피임약을 쓰지 말라고 교육했고, 많은 아프리카인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서 아프리카 여성이 아이를 많이 낳는 데에는 프랑스의 역사적 책임도 있는데 마크롱이 이를 간과했다고 주장했다.
세이 교수의 발언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문제를 주로 다루는 매체와 언론인들이 가세하면서 마크롱에 대한 비판수위는 더 높아졌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엘리자 애냥위는 '새로운 마크롱, 똑같은 낡은 식민주의'라는 제목의 11일자 칼럼에서 "마크롱의 발언은 자신이 말하는 문제의 근본적인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분노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아프리카인의 출산문제에 대한 (마크롱의) 스스럼없는 비난은 진취적인 프랑스 대통령의 앞날에 나쁜 기운을 드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도 12일 '마크롱, 아프리카 여성들의 자궁을 내버려두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젊고 현대적이라고 칭송받는 우리 대통령이 낡아빠진 이론을 좇고 있다니 꽤 흥미롭다"고 비꼬았다.
리베라시옹은 특히 "아프리카 여성들이 자신들의 성(性)을 주도하지 못하고 이는 인구 과잉과 저(低)발전의 원인이 된다는 1950년대에나 유행했던 생각들을 마크롱이 다시 끄집어냈다"면서 "가부장적이고 여성 혐오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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