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아시아의 벤처캐피털 펀딩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추월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B 인사이츠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아시아 IT 스타트업이 펀딩을 통해 유치한 투자액은 1분기보다 2배가 많은 193억 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에 미국의 IT 스타트업이 확보한 투자액은 모두 184억 달러였다. 이는 1분기보다 27%가 늘어난 것이지만 아시아 IT 스타트업에 몰린 투자액을 밑도는 것이다.
분기별 변동성에 의한 왜곡을 제외한다면 미국의 벤처캐피털 업계는 여전히 아시아를 가볍게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이뤄진 벤처 투자액은 근 630억 달러로, 아시아를 2배 이상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 미국 실리콘 밸리가 세계적인 기업인들과 유망 기업을 모조리 빨아들이던 것과 비교하면 2분기에 아시아 IT 스타트업이 보여준 성과는 괄목할 만한 것이다.
올해 아시아 IT 스타트업의 펀딩 규모가 커진 것도 주목된다. 중국의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인 디디 추싱은 55억 달러를 조달해 미국의 우버가 세웠던 종전 기록 35억 달러를 갱신했다.
지난해까지는 10억 달러 이상 펀딩에 성공한 기업들을 보기 어려웠지만 올해 2분기에는 인도의 인터넷 결제서비스 업체인 페이TM와 인도네시아의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인 고제크(Go-Jek), 중국의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인 어러머(Ele.me) 등이 10억 달러 기록을 넘어섰다.
미국의 2분기 벤처 투자액은 비록 아시아에 뒤지긴 했지만 주식 거래앱을 개발한 로빈후드를 포함한 9개 스타트업이 10억 달러 이상을 유치하는 등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여주었다. 이는 분기별로는 2015년 여름 이후 최다 기록에 해당한다.
한편 유럽도 2분기의 벤처 투자가 전 분기보다 38% 늘어나고 소프트뱅크가 영국의 스타트업인 임프로버블(Improbable)에 5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대형 펀딩도 이뤄지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럼에도 글로벌 벤처 투자 분야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CB 인사이츠와 PwC에 따르면 2분기에 이뤄진 글로벌 벤처 투자액은 430억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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