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에서 노인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던 70대 여성이 음료수에 수면유도제를 몰래 넣어 동료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체포돼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13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지바(千葉) 현 경찰은 11일 수면유도제를 넣은 녹차를 동료에게 마시게 해 교통사고를 일으켜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 미수)로 현내 한 노인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던 간호조무사 여성 A씨(71)를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 동료 B씨(69)와 B씨의 남편(71)이 차로 귀가하려 하는 것을 알면서도 수면유도제를 넣은 녹차를 마시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녹차를 마신 B씨와 그의 남편은 이날 저녁 운전하던 중 마주 오던 화물차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A씨가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있지는 않았다.
범행 사실은 수면유도제를 타는 것을 다른 직원이 목격하면서 들통이 났다.
다른 여성 동료 C씨(30대)의 음료수에 수면유도제를 넣는 것을 다른 동료가 목격해 경찰에 신고했고 조사 과정에서 추가 범행 혐의가 발견된 것이다.
A씨는 수면유도제를 넣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NHK는 A씨가 경찰에 "동료들에 대해 짜증을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지만 범행 동기에 대해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에 대한 관심은 A씨가 비슷한 방식으로 동료들에게 수면유도제를 몰래 넣은 음료를 먹인 정황이 잇따라 나오면서 뜨거워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피의자가 일하던 노인 요양시설에서는 유독 현기증이나 과한 졸림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았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고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 최근 교통사고로 동료가 숨진 사례가 있다는 새로운 사실도 나왔다. 작년 2월에는 동료 여성 D씨(60)가 퇴근하는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도 드러나 경찰이 A씨와의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여성의 범행 모습을 답은 영상이 TV 방송을 통해 공개돼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처음 범행 사실을 발견한 동료가 촬영한 이 영상에는 평범하게 생긴 A씨가 태연하게 테이블 위에 놓인 음료에 흰색 수면유도제를 몰래 넣은 모습이 담겼다.
사건이 발생한 노인 요양시설의 원장은 "직원들 사이가 안 좋거나 하는 수상한 점은 전혀 없었다. (범행에 대해) 정말로 놀랐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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