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기전형 한번에 15만원…4년제大 전형료 수입 1천600억원
평균가 수능 3만4천원·실기 6만9천원…"모집요강 이미 발표…올해 시행 어려워"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교육부가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큰 부담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입학전형료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대학별·전형별로 천차만별인 전형료 산정기준을 구체화해 사실상의 인하를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형료가 대학별·전형별로 많이 다르고 책정 기준도 모호하다는 문제가 오랫동안 제기돼 온 게 사실"이라며 "산정기준을 세부적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대학의 장이 전년도 입학전형 관련 수입·지출 내역 및 모집인원 대비 지원 인원 등을 고려해 입학전형료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 '대학 입학전형 관련 수입·지출의 항목 및 산정방법에 관한 규칙'은 홍보비를 비롯한 전형료 지출 내역과 규모를 주로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전형료 책정은 전적으로 대학에 맡겨놓은 셈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에 입학전형료 산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규정을 포함하는 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가 파악한 2017학년도 4년제 대학의 평균전형료를 보면 실기전형이 6만9천원, 논술전형이 6만4천원으로 다른 전형보다도 비싸다. 학생부종합전형은 4만5천원, 학생부교과전형은 3만5천원이고 수능전형이 3만4천원으로 가장 낮다.
전형료는 학교별·전형별로도 편차가 크다.
성균관대의 서류심사 위주 학종전형 가운데서도 성균인재 전형은 전형료가 6만원, 글로벌인재 전형은 8만원에 달한다.
서울대의 경우 수능전형 가운데 일반은 1만원, 사범대·의과대 전형은 2만5천원의 전형료를 받는다.
건국대는 학종전형 가운데 학생부·서류·면접을 모두 보는 KU자기추천전형은 전형료가 10만원, KU학교추천전형은 전형료가 7만원이다.
일부 전형료는 10만원을 훌쩍 넘어 큰 논란거리다.
연세대는 같은 실기 위주 전형이지만 학생부·서류·실기를 모두 보는 체육계열 특기자 전형의 경우 13만원을, 학생부·실기만 보는 예술계열 특기자 전형은 15만원을 받는다.
고려대는 실기 위주의 어학·수학·과학·체육 특기자 전형료로 11만원, 중앙대도 실기 위주의 영화·공간연출 분야 전형료로 11만원을 받고 있다.
대입 수시·정시모집은 수험생 1인당 모두 합쳐 9회까지 지원이 가능한데 4∼5곳만 지원해도 수십만원의 전형료를 감당해야 한다.
이렇게 대학이 받는 전형료는 한해 1천5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16학년도 대학 입학전형료 현황' 자료를 보면 국내 4년제 대학은 수시모집 전형료로 1천257억원, 정시모집 전형료로 301억원 등 모두 1천558억원을 받았다.
주요 대학 가운데는 경희대가 연간 약 64억원을, 중앙대·고려대·성균관대가 각 58억원·56억원·54억원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대학들은 정부가 등록금 인상폭을 고등교육법으로 묶어놓고 대통령이 입학금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데 이어 전형료 인하까지 압박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전형료 수입이 모자라 입학전형 비용을 교비로 충당하는 학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일괄적으로 시한을 정해 인하를 유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해마다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과도한 부담을 줬던 것 중 하나가 대학입시 전형료"라며 "대학입시 전형료가 합리적이지 못하고 과다하다면 올해 입시부터 바로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시간을 갖고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전형료가 적정한지 검토해보고, 각 대학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미 5월에 모집요강(전형료 포함)을 발표했는데 올해 당장 시행하라고 하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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