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카타르 국영 카타르항공 사장이 한 행사에서 성차별적인 연설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판이 쇄도하자 결국 사과했다.
문제의 발언은 이달 6일 카타르항공의 도하-더블린 노선 취항을 기념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축하행사에서 나왔다.
아크바르 알바케르 사장은 "이제 더는 형편없는 미국 항공사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며 "알다시피 미국 여객기를 타면 항상 할머니들이 기내에서 서비스하지 않느냐"고 농담조로 말했다.
이어 "우리 카타르항공사 여승무원의 평균 나이는 26세"라고 덧붙였다.
미국 항공사와 카타르항공은 카타르 정부의 연료 보조금과 세금혜택 문제를 둘러싸고 껄끄러운 관계다. 미국 항공사는 급성장하는 카타르항공의 경쟁 노선 잠식에 위협을 받고 있다.
알바케르 사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아메리칸항공의 질 서덱 부사장은 "성차별적이고 노년층을 차별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항공사들의 모임인 '오픈 앤드 페어 스카이'는 "그는 여성을 혐오하고 비하했다"라고 비난했고, 미 조종사 협회도 "알바케르 사장은 더 밑바닥으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카타르항공은 그렇지 않아도 주변 아랍국가의 단교·봉쇄 조치로 걸프 지역 대부분의 노선 운항이 중단돼 난관에 직면한 터다.
국제적으로 우호적인 여론이 필요한 시점이라 카타르항공으로선 알바케르 사장의 구설에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비난이 커지자 알바케르 사장은 12일 낸 성명에서 "승무원은 모든 항공사의 간판이자 승객의 안전과 편안함을 위해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나이나 성별과 관계없는 그들의 노고와 프로정신을 매우 존경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비공식적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한 말이지만 누구를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카타르항공이 성차별 문제로 논란이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 회사는 수년전부터 여승무원이 취업 뒤 5년 안에 임신이나 결혼을 하지 못하게 하고 회사의 허락을 받아야만 결혼을 할 수 있는 규정을 둬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운수노조연맹(ITF) 등 국제기구로부터 여성 차별이라는 비판을 샀다.
카타르항공은 결국 2015년 12월에서야 이 정책을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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