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군 선수 탈출 위한 안간힘…"공을 입에 물고서라도 뛰어야죠"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백창수(29·LG 트윈스)는 자신의 단점을 '특징이 없는 선수'로 꼽았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릴만한 진기한 기록을 만들었다.
백창수는 1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1회 초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윤희상의 시속 143㎞ 직구를 공략해 우중간 담을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그는 전날(12일 SK전)에도 1회 초 선두타자 홈런을 쳤다. 개인 첫 선두타자 홈런이었다.
백창수는 하루 뒤인 13일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홈런을 작렬하며 이틀 사이 개인 통산 1호, 2호 선두타자 홈런을 기록하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백창수보다 앞서 이틀 연속 1회 초 선두타자 홈런을 친 타자는 유지현 현 LG 코치뿐이다.
유 코치는 1999년 6월 24일과 25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방문경기에서 이틀 연속 선두타자 홈런을 작렬했다.
백창수는 KBO리그 역대 두 번째 2경기 연속 1회초 선수타자 홈런을 친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경기 뒤 만난 백창수는 "나는 홈런타자가 아니다. 1번타자로 출전했으니 '꼭 출루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타격했는데 이틀 연속 선두타자 홈런을 쳤다"며 "기분 좋다"고 했다.
1군 무대가 간절했기에 기록이 만든 기쁨은 더 크다.
2008년 신고선수로 LG에 입단한 백창수는 2010년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지만 15경기에 나와 12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2011년에도 20경기에서 타율 0.194(36타수 7안타)로 부진했다.
2011년 말 경찰 야구단에 입대해 경기 경험을 쌓은 백창수는 2014년 시즌 중반 LG의 1번타자로 나서는 등 반짝 활약했다.
그해 백창수는 51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경기를 치를수록 타율이 떨어져 결국 0.202(84타수 17안타)로 시즌을 마쳤다.
2015년과 2016년, 백창수는 잠시 1군에 올라왔다가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그는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터라 내 자리를 확실하게 만들지 못했다. 내가 특징 없는 선수였기 때문에 1군에서 버티지 못했다"고 곱씹었다.
올해도 출발은 2군이었다. 그러나 5월 30일 1군으로 올라온 백창수는 전반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올해 성적은 타율 0.396(51타수 20안타)이다.
양상문 감독은 백창수를 1번 타자로 기용하는 실험을 했고, 백창수는 2경기 연속 홈런으로 화답했다.
여전히 백창수는 '2군행'을 걱정해야 하는 외야수다. 그는 "우리 팀에 좋은 외야수가 정말 많다. 솔직히 '난 언제든 밀릴 수 있다'는 스트레스가 있다"며 "그래도 내가 1군에서 버틸 만큼 경쟁력을 보이면 팀이 더 강해지는 것 아닌가. 공을 입에 물고서라도 뛰어야 한다. 그만큼 절실하다"라고 의욕을 보였다.
백창수는 특유의 근성으로 닫혀 있던 1군 무대의 문을 열었다.
정교한 타격으로 1번 타자 후보로 올라섰고, 2경기 연속 선두타자 홈런이란 진기록도 썼다.
이렇게 백창수는 '특징'을 만들어가고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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