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법무부, 독점 우려 개입…시카고 트리뷴·시카고 선타임스 경쟁체제 유지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노조연합체가 거대 신문기업을 제치고 유력 일간지 '시카고 선타임스'의 새 소유주가 됐다.
13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과 시카고 선타임스 등에 따르면 시카고 일원 300여 개 노조를 대표하는 '시카고 노동자 연맹'(CFL)과 에드윈 아이젠드라스(59) 전 시의원이 투자조합 '아이젠드라스 그룹'을 결성하고, 경영난에 허덕이는 시카고 선타임스 모기업 '래포츠 홀딩스'(Wrapports Holdings)를 인수했다.
아이젠드라스 대표는 매수 그룹에 대해 "시카고 인근 50만 명 이상의 근면한 노동자들로 구성됐다"며 "노동 계층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는 신문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10~15명의 거액 투자자를 영입, 총 1천500만 달러(약 170억 원)의 자금을 모았다"면서 "시카고 뉴스 매체가 독립적인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된 데 감사한다"고 밝혔다.
거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선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 매도가는 1달러로 책정됐다며 "아이젠드라스 그룹은 1천120만 달러 이상의 운영자금을 확보, 미 연방 법무부 독점금지국의 승인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로써 시카고 지역 양대 라이벌 신문사 합병 시나리오는 결국 무산됐다.
유력 종합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을 소유한 거대 신문기업 '트롱크'(Tronc·전 트리뷴 퍼블리싱)는 지난 5월, 래포츠에 인수 의향서를 보내고 거래 조건을 막판 조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롱크 측은 빠르면 6월 1일 래포츠 인수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독점을 우려한 연방 법무부가 개입했다.
트리뷴은 "트롱크 측은 두 기업이 합병하더라도 시카고 트리뷴과 선타임스를 계속 별개 매체로 발간할 방침임을 강조했지만, 법무부는 두 매체가 별도 소유주 아래에서 경쟁 관계를 유지하기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래포츠는 입찰 마감을 한 달 이상 연장했고, 지난달 19일 아이젠드라스 그룹이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애초 알려진 대로라면 선타임스가 지난 5월 16일 첫 매각 공고를 내고 보름이 지나도 새로운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트롱크의 래포츠 인수에 문제가 없었다.
트리뷴은 "시카고 트리뷴 소유주가 오랜 라이벌을 손에 넣으려던 노력은 물거품이 됐고, 선타임스는 시카고 지역 2위 신문 위상을 지키게 됐다"고 부연했다.
법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롱크의 래포츠 인수 가능성과 관련한 조사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타블로이드판 일간지 선타임스는 '시카고 데일리 저널'(1844)을 모체로 만들어진 '시카고 데일리 일러스트레이티드 타임스'(1929)와 '시카고 선'(1941)의 합병으로 1948년 창간됐다.
선타임스는 2011년 미 발행부수공사(ABC)가 산정한 유료 부수 순위 10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현재 적자 규모는 450만 달러에 달한다.
선타임스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2007년부터 배달을 트리뷴에 맡겼고, 2011년부터는 인쇄까지 트리뷴이 대행하고 있다. 연 2천500만 달러 규모의 선타임스-트리뷴 간 배달·인쇄 대행 계약은 2019년 종료된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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