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페이스북이 가상현실(VR) 헤드셋 시장에서 회심의 반격을 노리고 있다. 1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자사의 주력 제품인 오큘러스 리프트 VR 헤드셋의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보급형 무선 VR 헤드셋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연말에 공개한 뒤 내년부터 판매에 들어갈 방침이다.
대당 130달러에 판매되는 삼성의 기어 VR처럼 스마트폰에 연결하는 저가 VR 헤드셋, 가격이 400달러인 오큘러스 리프트처럼 데스크톱 PC에 연결하는 고성능 VR 사이의 중간 공백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정통한 소식통들은 페이스북의 신제품은 저가와 고가 모델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판매 가격은 대당 200달러 정도이며 PC나 스마트폰에 연결할 필요가 없는 스탠드얼론 형태라고 전했다.
신형 헤드셋은 오큘러스 리프트를 축소한 형태로, 삼성전자의 기어 VR보다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인터페이스는 기어 VR과 유사하며 무선 리모컨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 성능은 기어 VR보다 우월하지만 오큘러스 리프트와 달리 포지션 트래킹 기술이 빠져있다. 이 기술은 후속 버전에서 채택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설계와 사양 등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며 중도에 변경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처럼 어느 곳에서든 가방 안의 헤드셋을 꺼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기본 구상이라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퍼시픽'이라는 코드명으로 제품 개발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의 샤오미를 포함한 하청업체들에 제품 생산을 위탁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비디오 게임업체들이 이에 호환될 수 있는 게임을 준비할 수 있도록 10월경 이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 착수할 예정이다.
제품의 출시가 내년으로 미뤄진 탓에 올해 연말의 특수는 일단 놓치게 되는 셈이다. 다만 200달러라는 가격, 활력적인 생태계, 오큘러스에 대한 개발자들의 호평 덕분에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소식통들은 신제품은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에서 '오큘러스' 브랜드로 판매되며 중국 시장에서는 협력사인 샤오미 브랜드로 출시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개발사인 오큘러스가 페이스북에 인수되기 이전인 2010년에 출시했던 제품이다. 하지만 시장이 여전히 미약한데다 경쟁사들에게 밀린 탓에 오큘러스 리프트의 오늘날 입지는 초라한 모습이다.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글로벌 시장에 출하된 VR 헤드셋은 230만대로, 스마트폰의 3억4천700만대와 비교할 바가 못된다. 허술한 하드웨어, 부담스런 가격, 부족한 콘텐츠가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남아있다.
하지만 2세대 VR 헤드셋이 등장하면서 시장 지형도 바뀌고 있다. 지난해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VR을 500달러에 판매하기 시작, 지금까지 100만대 가까운 판매 실적을 올렸다.
한편 중국의 HTC와 레노버도 구글의 데이드림 OS로 구동되는 독자적 스탠드얼론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시장의 선두는 2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이며 페이스북은 소니와 HTC에 밀린 4위다. 페이스북의 점유율은 5% 정도이며 판매 실적은 10만대에 미달한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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