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마약매매 연루 혐의를 받던 지방관료를 임의로 사살한 필리핀 경찰관들이 현직에 복귀하면서 초법적 처형에 면죄부를 줬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중부 레이테 주 교도소에서 마약 혐의로 구금 중이던 마을 읍장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 19명을 복직시켰다고 전날 밝혔다.
그는 "이들은 정직 기간을 거쳐 정상적인 업무로 복귀했다"면서 "우리 사법체계가 허용하는 모든 법적 구제방안을 동원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경찰관들은 작년 11월 5일 레이테 주 교도소에서 이 지역 알부에라 마을의 롤란도 에스피노사 읍장 등을 사살한 혐의로 필리핀 법무부 국가수사국(NBI)의 조사를 받아왔다.
에스피노사 읍장은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불법 마약매매에 연루됐다고 지목한 공무원 중 한 명으로, 마약과 불법무기 소지 등 혐의로 해당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필리핀 경찰은 에스피노사 읍장이 경찰의 수색에 총을 쏘며 저항했다고 주장해 왔다.
NBI는 경찰관들이 비무장의 에스피노사 읍장을 일방적으로 살해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지만, '마약과의 유혈 전쟁'을 벌여 온 두테르테 대통령은 NBI보다 경찰 발표를 신뢰한다면서 해당 경찰관들을 두둔했다.
그는 최근 한 연설에선 이번 사건을 직접 거론하면서 "나는 내 지시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 군인과 공무원, 경찰이 투옥되도록 절대로 놓아두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야당 소속인 개리 알레하노 필리핀 하원의원은 "이 경찰관들의 복직은 불의의 절정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경찰과 군인들이 설사 법을 어기고 인권을 침해해도 대통령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6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최소 3천200명의 마약 용의자가 경찰에 의해 사살됐으며, 이와 별개로 수천명이 자경단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필리핀 안팎의 인권단체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법치와 인권을 외면하며 초법적 처형을 부추긴 탓에 이러한 참사가 빚어졌다고 비난해 왔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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