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떠난 점거현장, 각종 생필품 나뒹굴어 '난민촌' 방불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시흥캠퍼스 조성에 반대하며 본관(행정관) 점거농성을 벌여 온 서울대 학생들이 14일 오후 6시를 기해 농성을 해제했다.
지난 5월 1일 점거농성에 들어간 지 75일 만이다.
앞서 학생들은 11일 대학본부와 '서울대 시흥캠퍼스 관련 문제 해결과 신뢰회복을 위한 협의회'(이하 협의회)를 발족하기로 합의하고 농성을 풀기로 결정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점거위원회는 이날 정오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오후 6시까지 농성장 내부 짐을 정리하고 점거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어 "합의문에 따라 점거를 풀기는 하지만, 투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과연 대학본부가 협의회에 성실히 임할지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협의회는 시흥캠퍼스 추진 기구가 아니다"라며 "문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공론화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반드시 철회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와 학생 측은 지난해 8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 이후 약 11개월 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11일 우여곡절 끝에 협의회를 발족하고 다음 주 첫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운영 과정에서 견해차가 커서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일에는 점거농성 주도 학생 12명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예정돼 있다. 농성 해제가 징계 수위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다.
학생대표 4명에 대한 형사고발과 관련한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성낙인 총장은 지난 11일 학생들과의 면담에서 고발 취하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 취하는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고발 취하 여부와 상관없이 오는 18일 고발인 추가 조사를 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학생들이 점거를 푼 본관 농성 현장은 각종 집기와 피켓 등 시위용품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학생들이 점거했던 본관 2층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 기자실, 당직실 등에는 옷가지와 수건, 생수통, 라면과 과자 봉지 등이 나뒹굴어 '난민촌'을 방불케 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점거현장에서는 퀴퀴한 냄새마저 풍겼다.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는 통로로 사용했던 기자실의 유리창은 깨진 채로 방치돼 있었고, 교수협의회 책상 한편에는 미처 챙겨가지 못한 학생 과제물도 눈에 띄었다.
점거위원회 소속 한 학생은 "자진해제를 약속했던 오후 6시까지 철수를 해야 해서 미처 짐을 다 정리하지 못했다"며 "월요일에 나머지 짐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철수하자 약 20분가량 점거현장에 이상이 있는지 점검했다.
또, 현장 보존을 위해 점거농성 현장과 연결된 출입문을 주말 동안 폐쇄하기로 했다.
kih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