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소방학교 졸업 박문혁 소방사 "시민 생명·재산 구하는 소방관 될 것"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불을 끄고 시커멓게 그을린 아버지 모습이 20년이 지났는데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저도 그때부터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14일 오후 2시 부산 북구 부산소방학교 '제17차 신임교육과정 졸업식'.
과정을 모두 마치고 졸업식에 정복을 차려입고 참가한 박문혁(34) 소방사는 진짜 소방관으로서의 첫 출발점에 서자 긴장되는 듯 연신 옷매무새를 만졌다.
34년 전 소방학교 졸업식에 자신과 같은 표정으로 서 있었을 아버지 박철만(58) 소방정의 모습이 떠올리며 앞으로 더욱 잘하자고 각오를 다졌다.
박 소방사가 정식 소방관이 되면서 박 소방사의 집안 남자들은 모두 소방관이 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아버지 박 소방정에 이어 4년 전 박 소방사의 동생 문진(31)씨가 먼저 소방관이 됐다.
동생과 형이 모두 소방관이 된 데는 아버지 영향이 컸다.
형제는 중학교 시절 직업 체험을 위해 소방안전센터를 찾았을 때 본 아버지 모습을 좀처럼 잊을 수 없었다.
박 소방사는 "출동 방송이 나오자 곧장 현장에 뛰쳐 가시더니 온몸이 그을려 돌아오셨다"면서 "너무 힘들게 일하는 모습이었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박 소방사는 사회에 진출해 처음엔 다른 직장에 취업해 일했지만, 소방관의 꿈을 포기하지 못해 3년 전부터 직장을 그만두고 늦깎이 소방관에 도전했다.
더 늦기 전에 후회하지 말자는 각오로 필사적으로 공부에 매달렸다.
이날은 가족이 모두 소방관이 되는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동생과 아버지는 참석하지 못했다.
가족의 졸업식보다 근무가 우선이라는 철칙 때문이다.
이 부분 또한 박 소방사가 배우고 싶어하는 마음가짐이다.
박 소방사는 "34년 전 아버지께서 첫발을 내디딘 길을 이제야 시작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소방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 소방사 외에도 모두 91명의 소방사가 24주간의 치열한 훈련을 마치고 한 명의 소방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들은 화재현장 진입훈련, 고가 사다리차 훈련, 레펠 훈련, 구급 응급처치 등 강도 높은 훈련을 모두 수료했다.
정남구 소방학교장은 이날 졸업식에서 "투철한 사명감으로 끊임없는 역량을 배양해 시민의 안전을 확실하게 책임지는 든든한 소방관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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