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무엇이 공공을 위한 선택?" 제주 행복주택 갑론을박

입력 2017-07-17 09:00  

[지역이슈] "무엇이 공공을 위한 선택?" 제주 행복주택 갑론을박

시민복지타운 행복주택 내년 착공…공공성·절차적 정당성 문제 제기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청년세대의 주거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주도가 내놓은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설사업을 놓고 찬반 논쟁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행복주택 건설이 6년 전 무산된 제주시청사 이전과 비견할 만한 공공성을 담보한 용지 활용방안인지와 절차적 정당성 등이 논란의 핵심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이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며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다.

무엇이 전체 도민을 위한 선택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 "청년세대를 위한 행복주택"

제주도는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설사업의 슬로건으로 '청년이 웃는 도남 해피 타운(HAPPY TOWN)'을 내걸었다.

제주시 도남동에 조성한 시민복지타운 시청사 이전 용지 4만4천707㎡ 중 30%인 1만3천㎡에 젊은 계층을 대상으로 한 행복주택 700세대와 65세 이상 저소득 고령자를 위한 공공실버주택 80세대 등 총 780세대 규모의 공공임대주택(지하 2층·지상 10층·연면적 10만3천185㎡)을 건설한다.

공급물량의 80%를 사회초년생·신혼부부·대학생에게 우선 공급, 높은 주택가격으로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꿈·희망까지 포기하는 상황에 놓인 'N포세대' 청년들의 주거불안 해소와 지역 활력 증진에 목표를 두고 있다.

최대 6년간 거주한 후 다시 새로운 입주자가 거주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일반에 분양되지 않는다.

지상 1층은 공공도서관, 국·공립어린이집, 북카페 등 모든 도민이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한다. 2층부터 10층까지는 모두 주거 공간으로, 면적은 최소 16.5㎡(5평)에서 최대 45㎡(13.6평)까지 3∼4가지 유형이다.

시민복지타운의 남은 용지 30%에는 공공기관이 들어서며, 나머지 40%는 주민의 쾌적한 생활을 위해 공원으로 조성된다.

행복주택과 공공실버주택 건립에는 국비 276억원과 주택도시기금 286억원·도비 81억원·입주자 부담(보증금) 145억원 등 788억원이, 지상 1층의 도민 커뮤니티시설과 지하 공용주차장 건립에는 국비 36억원·도비 156억원 등 192억원이 투입돼 총투자금은 980억원이다.





행복주택 사업은 제주개발공사가 담당하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업을 통해 추진한다.

도는 2018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0년 하반기에 입주하도록 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저소득층·차상위층·젊은층·고령자·무주택 서민 등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공공임대주택 2만호를 공급해 현재 4∼5% 수준인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1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 논란의 시작

시민복지타운 행복주택 논란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12월 장기도시계획(2001년)에 따라 추진되던 현 제주시청사를 시민복지타운으로 이전하는 계획이 10년 만에 백지화됐기 때문이다.

당시 제주시는 예산 확보의 어려움과 옛 도심권의 공동화 문제, 시민들의 반대, 중앙정부의 청사 신축에 대한 엄격한 통제 등 여러가지 이유를 들었다.

시는 청사 이전 예정용지에 시청과 버금가는 대규모 유인시설을 유치해 다른 지역에 못지않은 지역으로 활성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관광환승센터, 비즈니스센터, 쇼핑아웃렛, 공공디자인센터 등 여러 활용방안이 나왔지만 모두 공공성 부족 등 이유로 무산됐다.

그러다 지난해 8월 1일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설 계획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공론화됐다.

애초 계획은 지금보다 덩치가 큰 1천200세대 규모(행복주택 700세대·5년 임대 후 분양전환 가능한 국민임대주택 420세대·공공실버주택 80세대)였다.

도는 미리 국토교통부에 행복주택 건립사업계획을 신청, 한 달 만인 9월 국토부 승인을 받았다.







시민과 전문가 등의 첫 반응은 "제주시에 마지막으로 남은 금싸라기 땅에 웬 행복주택이냐?"며 충분한 설명과 공식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갑작스럽게 알려진 데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특히 제주시 도남동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애초 목적대로 제주시청 이전 또는 공공기관 건립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이외에도 일부 세대를 분양전환이 가능한 방식으로 공급하겠다는 구상에 대한 사유화 문제, 시민복지타운 일대 교통난 문제 등이 집중 거론됐다.

여론이 악화하는 사이 도가 제출한 행복주택 건립사업은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얻었다.

도는 여론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한 발짝 물러섰다.

공공성 확보를 위해 논란을 빚었던 국민임대주택 420세대 건설을 포기하고, 대신 공원과 공공시설이 들어설 용지 규모를 크게 늘렸다.

교통난을 없애기 위해 이미 계획된 이도주공 2·3단지와 중앙중학교를 연결하는 도로를 조기에 완공하고, 제주시보건소에서 연북로까지 이어지는 오남로를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 정치권으로 논란 비화

바른정당 소속의 원희룡 제주지사가 계속해서 행복주택 강행 의지를 보이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이 모두 반대하고 나서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행복주택이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시민복지타운 내 시청사 용지 활용방안에 대한 원점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지난 10일 논평을 통해 "임대주택 건설이 도심에 마지막 남은 공공용지의 공공성을 최적화하는 대안이라 할 수 없다"며 "시민복지타운 전체 부지의 공공적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의 절차적 정당성 부족과 합리성의 결여를 지적한 것이다.

국민의당 제주도당은 여러차례 논평을 내어 "청년세대를 포함한 저소득 계층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제주도의 주택매입 임대사업 정책을 적극 확대하라"며 "도내 미분양 물량과 구도심 지역의 매물 주택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한다면 지역 건설경기 경착륙과 원도심 활성화, 주거문제 해결 해소 등 3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자유한국당 제주도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년층의 선심을 사려는 얄팍한 꼼수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하며 "지금이라도 밀어붙이기식 불통행정을 중단하고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기에다 시민단체인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을 통해 "제주도민 모두를 위한 공원·광장 등 공공복지공간으로 사용돼야 할 시민복지타운이 행복주택 거주자들의 사적 공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알찬 계획을 수립해 도민과 관광객이 향유하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원 지사는 지난달 12일 주간정책회의에서 "단기간에 폭등한 주택값 때문에 청년과 신혼부부 등 미래 세대들이 가정을 꾸려 인생설계를 해나가는 꿈을 잃고, 결혼이나 출산을 감히 꿈꾸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 됐다"며 "많은 반대 의견에 일리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30%의 제한된 용지만 주택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70%는 공공청사와 공원용지로 남겨두는 고심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려줄 집은커녕 자녀들 결혼시키려고 몇천만원 모아뒀던 거로는 엄두도 못 내는 그런 수많은 서민의 절망과 눈물이 우리 도정의 현안"이라며 "젊은 세대들이 그래도 제주에는 희망이 있다는 상징을 행정에서 마련할 수 있도록 많은 힘을 실어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지난 4월 27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보면, 제주는 작년에 비해 공동주택 가격이 20.02%, 개별 단독주택 가격이 16.77% 오르며 모든 시·도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주택보급률이 110%에 육박하는데도 제주 일반 가구 가운데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전체의 56.0%로, 무주택가구가 44.0%에 달했다.

제주연구원과 제주주거복지포럼, 대학교수, 주택 전문가 등은 관련 포럼과 설명회 등에 참석해 시내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읍·면 지역에 행복주택을 짓게 된다면 교통비용 부담으로 직장과 가까운 도심에 살기를 희망하는 저소득층과 청년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이라며 "제주 행복주택은 명백한 도민의 재산으로,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6년 마다 입주자가 바뀌는 구조이기 때문에 절대 분양 전환되지 않는다는 점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청년층을 대표하는 제주한라대·제주관광대·제주국제대 등 도내 3개 대학교 총학생회 역시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며 행복주택 건설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b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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