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당, 靑 문건 공개에 "왜 이 시점에" 물음표

입력 2017-07-14 17:40   수정 2017-07-14 17:44

보수야당, 靑 문건 공개에 "왜 이 시점에" 물음표

한국당, 곤혹 속 파장 주시…친박 '부관참시' 속앓이

바른정당, 철저 수사 촉구하며 '선긋기'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고상민 배영경 기자 = 보수야당은 14일 청와대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등을 포함한 박근혜 청와대 시절 문건 300여건을 공개하자, 그 시점에 의문부호를 던지며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보수야권 내에서도 당별 기류는 확연히 엇갈렸다. 자유한국당이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운 반면 바른정당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이른바 '적폐 세력'과 선긋기에 나섰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공식 논평에서 "청와대 브리핑 내용에 대한 보다 명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하다"면서 "관련 자료들이 검찰 수사에 필요한 사안일 경우 적법한 절차대로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그러나 "지난 3일 해당 문건을 발견했음에도 14일인 오늘까지 문건에 대해 함구하다 갑작스럽게 오늘에 이르러 공개한 것에 어떤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인지 의아스럽다"며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의도를 문제 삼았다.

소속 의원들은 대체로 말을 아꼈다. 국회 정상화를 결정한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연관된 추가 자료가 공개된 만큼, 한국당으로서는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그야말로 난처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론의 악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반발하기도 애매해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한 중진은 "당분간 상황을 봐야하지 않겠느냐"면서 "당 입장에서 좋을 일은 절대 아니다"고 한숨을 쉬었다.

옛 친박계는 드러내지는 못해도 부글부글했다.

한 친박 중진은 "지금 정권은 그런 것을 안 하느냐"면서 "원전 대책을 세우면 당연히 반대여론 무마 대책 이런 것들을 다 검토해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부관참시를 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바른정당은 문건 자체의 성격 규명을 촉구하며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했다. 다만 공개 시점에는 역시 의문을 제기했다.

이혜훈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개된 문건이 300건이라는데 성격 규명이 필요하다"면서 "문건 공개 시점이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검찰에 제출하는 것이 더 현명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신환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문건의 작성 주체와 작성 내용의 진위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서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이 불가해 수사에 차질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성역없는 압수수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과 철저한 선긋기에 주력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핵심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박 전 대통령이 저렇게 모든 사실을 부정하는 태도로 일관하는데 추가 자료를 공개하는 이외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 아니냐"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류석춘 혁신위원장 같은 사람들이 '정치적 탄핵' 운운하는데, 문건 공개보다 이런 인식이 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yung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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