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칙금+벌점 처분 고작 2%…사고 예방 위해 처벌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이봉준 기자 = 최근 5년 동안 전국 무인단속시스템에 적발된 과속운전 사례 4천만건 가운데 98% 이상이 과태료만 내고 끝나는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연간 4천300여명에 이르는 교통사고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과속운전 행위를 보다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1~2015년 5년 간 전국의 무인 단속카메라에 적발된 과속운전 사례는 모두 4천7만여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범칙금과 벌점을 동시에 부과받는 '통고처분'을 받은 경우는 79만5천여건으로, 전체의 1.99%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 98.01%인 3천927만4천여건은 과태료만 내고 별도의 처벌은 받지 않고 종결됐다.
특히 범칙금과 더불어 면허정지 기준인 벌점 60점을 받도록 돼있는 규정 속도보다 시속 60㎞ 이상 초과하는 극과속 운전자에 대한 통고처분 비율은 0.1%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년 동안 규정속도 대비 시속 60㎞ 이상 초과한 극과속 운전자 적발 건수는 2만9천여건에 달했으나 통고처분을 받은 경우는 단 29건에 지나지 않았다.
과속 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이처럼 과태료 부과라는 솜방망이 처분으로 끝나는 이유는 범칙금을 내지 않고 있다가 범칙금에 1만원을 더해 과태료로 내면 벌점이 없어지는 관계 규정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도 과속 운전자들로부터 법에 규정된 범칙금보다 많은 과태료를 거둘 수 있어 내심 이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법적·제도적 허점 때문에 해마다 큰 인명피해를 내는 과속운전이 근절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교통연구원 성낙문 종합교통본부장은 "전국에서 적발된 과속운전 사례 중 벌금과 벌점을 동시에 부여받는 처벌을 받은 경우는 전체의 2%에도 못미친다"며 "과속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 본부장은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은 과속운전 행위를 엄하게 처벌한다"며 "과속운전을 근절할 수 있도록 교통범칙금과 벌점제도에 대한 전반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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