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선수들, 화천서 체력훈련
(화천=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오늘은 '밥 프로그램' 하는 날입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한여름의 오후 3시30분. 강원도 화천 공설운동장을 두 바퀴 '가볍게' 돈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선수들이 스트레칭을 마친 후 보프 더용 코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화천 전지훈련 5일째인 14일은 장거리 선수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더용 코치 주도로 진행되는 '밥 프로그램'으로 체력을 단련하는 날이다.
'밥 코치'라는 애칭이 더 익숙한 더용 코치가 31가지 동작으로 구성한 루틴을 진행하자 따라 하는 선수들의 몸에는 금세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밥 프로그램'의 쓴맛을 이미 봤던 박지우(19·한국체대)는 "힘들어요"라고 말했다가 "다른 훈련만큼 힘들어요"라고 고쳐 말했다.
느린 동작으로 스케이팅 자세를 반복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땀이 나는 듯했지만 한발 물러나 훈련 모습을 지켜보던 백철기 감독은 "이건 제일 쉬운 단계"라고 말했다.
백 감독은 "나도 한 번 해봤는데 3일 동안 앓았다"고 엄살 섞어 말했다.
선수들의 옷이 땀으로 푹 젖을 때쯤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땀을 닦던 한 선수는 반색하며 "비 온다!"고 외쳤다가, 작은 목소리로 "비 와라"하고 덧붙였다.
마른 벼락만 이어지던 하늘에서 기다리던 시원한 비가 한 방울씩 쏟아진 것은 '밥 프로그램' 16번째 동작이 막 시작된 때였다.
허리에 고무벨트를 찬 선수가 다른 선수가 세게 당기는 와중에 옆으로 달리는 16번째 동작은 빗속에서도 강행됐다.
지친 선수가 의자에 걸어앉자 더용 코치는 짐짓 근엄한 목소리로 "업!(Up)이라고 일으켜 세웠다.
더용 코치와의 훈련은 예정된 2시간을 꽉 채우고 끝이 났다.
옛 코치로부터 이 프로그램을 전수 받았다는 더용 코치는 "6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조금씩 변형한 것"이라며 "선수들에게 기술과 힘, 지구력을 모두 길러줄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4월부터 매주 금요일 더용 코치와 훈련해온 박지우는 "아무래도 국내 훈련과는 다른 점이 있는 것 같다"며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스케이트를 타보면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모태범(28·대한항공), 박승희(25·스포츠토토) 등 단거리 선수들은 실내에서 상체 근력 운동 위주로 훈련을 진행했다.
화천에 온 이후 선수들은 오전에는 야외 오르막길에서 사이클 훈련을 하며 근력을 다지고, 오후에는 체력 단련을 한다.
내년 있을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아직 대표 선발전을 거쳐야 하지만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올림픽을 앞둔 선수들의 각오는 벌써 비장하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꾼 후 첫 올림픽을 맞은 박승희는 "전향 후 첫 올림픽인 데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거리 유망주인 박지우는 "평창에 나가서 메달을 따는 게 바람"이라며 생애 첫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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