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줍던 70대 할머니 숨지고, 밭일하던 80대 할머니 쓰러져 위중
질병관리본부 "되도록 활동 줄이고 수분 섭취 자주 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충북 청주에서 70대 할머니가 불볕더위 속에서 폐지를 줍다가 목숨을 잃는 등 기록적인 이른 폭염이 지속되며 전국에서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잇따랐다.
뜨거운 햇볕에 장시간 노출될 수밖에 없는 근로자나 건강상태가 나쁜 노인 등이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웃돈 14일 낮 12시 40분께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의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A(75·여)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했다.
그녀는 아파트 근처 학교에서 폐지와 헌책을 모으기 위해 손수 수레를 끌고 집을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열사병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사망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1시 14분께 전남 완도군 금일읍 들녘에서 밭일을 하던 B(80·여)씨 역시 열사병 증상을 보이며 쓰러져 광주지역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밀양에서는 지난 13일 오후 1시께 비닐하우스 안에서 고추를 말리던 C(85·여)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졌고, 지난 4일 제주에서는 조경작업을 하던 용역지원 D(50)씨가 열사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온열 질환은 열로 발생하는 급성질환이다.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두통과 어지러움, 근육 경련, 피로감, 의식저하가 나타난다. 방치하면 생명이 위태롭다.
전국 곳곳이 가마솥처럼 달궈지면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이나 업무 환경상 야외에 장시간 노출될 수밖에 없는 근로자들이 온열 질환으로 숨지는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2∼2016년) 폭염으로 일사병과 열사병 등 온열 질환에 걸린 환자는 5천910명이었고 이 가운데 58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온열 질환으로 숨진 사망자 대부분이 50대 이상이었으며 70대 이상 고령층은 29명이나 됐다.
질병관리본부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규칙적으로 수분을 자주 섭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야외활동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챙 넓은 모자나 밝고 헐렁한 옷 등을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술이나 다량의 카페인 음료를 마신 뒤 작업해서는 안 되고 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그늘지고 시원한 곳으로 옮겨 시원한 물수건 등으로 체온을 내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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