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상장 준비하던 대어급들 줄줄이 무산·연기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올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연신 갈아치우며 쾌속질주를 하고 있지만, 기업공개(IPO) 시장은 과속 방지턱에 걸렸다.
올해 하반기 신규 상장을 준비하던 대어급 기업들이 줄줄이 절차를 중단하거나 미루면서 상반기에 한껏 달아오르던 IPO 시장이 급랭했다.
16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에 새로 입성한 4개사의 IPO 공모금액은 3조8천8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넷마블게임즈[251270]와 아이엔지(ING)생명[079440] 등 기대주들의 등판 덕에 작년 상반기의 4천286억원을 크게 웃돈 것은 물론 작년 연간 공모금액 4조2천586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정작 IPO 성수기로 여겨지는 하반기에는 이런 열기를 이어가지 못하게 됐다.
이랜드리테일과 에이비씨마트코리아가 상장을 철회한 데다 에너지 공기업들의 연내 상장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최근 상장 절차를 중단한 엘에스오토모티브 등 굵직한 IPO건이 줄줄이 무산되거나 연기됐다.
자동차용 전기장치 제조업체 엘에스오토모티브의 경우 지난 3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이달 초 자진 철회했다.
LS그룹은 상장 대신 엘에스오토모티브 지분을 글로벌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에너지 공기업 상장의 첫 타자인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동서발전은 정권 교체 영향으로 상장 절차가 답보 상태다.
당초 남동발전이 상반기에, 동서발전은 하반기에 각각 상장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도 내지 못했다.
더욱이 새 정부가 원전·석탄 화력발전 감축 기조를 내세우고 있어 관련 제도가 명확해지고 나서야 이들 기업의 상장 시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이랜드리테일은 4월에, 에이비씨마트코리아는 5월에 각각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철회했다.
에이비씨마트코리아는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보복 여파로 실적이 부진해지자 상장을 내년 이후로 미뤘고,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임금 미지급 논란이 불거진 이랜드파크를 분리한 뒤 내년에 다시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이랜드리테일이 대주주인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 이리츠코크렙도 지난해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냈으나 상장 절차를 계속 추진할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올해 IPO 공모금액만 5조원 안팎에 시가총액 10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초대어' 호텔롯데의 상장 재도전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호텔롯데는 작년 7월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었으나 검찰의 롯데그룹 경영비리 수사가 본격화하자 자진 철회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당시 수사 결과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되고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어 그 결과가 나와야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이처럼 대어급 매물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올해 IPO 시장은 코스피 7조원과 코스닥 3조원 등 모두 10조원 이상을 바라보던 연초 목표치를 달성하기 쉽지 않게 됐다.
거래소는 당초 올해 코스피 IPO 기업 수를 20개, 공모금액은 7조원으로 각각 예상했다. 호텔롯데 상장까지 재추진되면 코스피 IPO 시장만도 10조원이 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울 것으로 기대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공모액은 5조원 정도로 작년보다 늘겠으나 목표 달성은 힘들어질 것"이라며 "신규 상장 기업 수도 작년의 13개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심사 진행 중인 테이팩스와 동양피스톤 외에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아시아나IDT가 IPO를 추진하기로 했으며 다른 기업들도 아직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 "에너지 공기업들도 정부 방침만 정해지면 연내 상장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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