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조계종 사회노동위 첫 참여…보수단체 '맞불 집회'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Queer)축제가 15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전날 '퀴어 야행(夜行), 한여름 밤의 유혹'이라는 주제로 개막식을 연 데 이어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제18회 퀴어문화축제 부스행사를 열었다.
'나중은 없다, 지금 우리가 바꾼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성 소수자들과 지지자 등 연인원 5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주최 측은 예상했다.
서울광장에는 미국·영국·호주 등 13개국 대사관과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 인권재단 사람·성소수자부모모임 등 인권 단체가 마련한 총 101개 부스가 설치됐다.
또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무지개예수 등 진보 성향 개신교 단체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종교계 부스도 눈에 띄었다.
특히 이번 부스행사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참가했다.
인권위 신홍주 소통협력팀장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권위가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퀴어축제에 참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인권위는 인권 정보를 담은 홍보물을 배포하고 참가자들이 인권위에 바라는 점을 써 붙이도록 게시판을 설치했다.
불교계 성소수자 모임인 '불반'(불교이반모임)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설치한 부스도 등장했다. 불교계가 퀴어축제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효록 스님은 "종단이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조계종 노동위원회가 부스를 마련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불교 내 성소수자들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더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때때로 굵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 축제에 참여했다. 개신교계 부스에서는 '사랑이 이기네'라는 찬송가가 울려 퍼졌고, 참가자들은 노래에 맞춰 흥겨운 율동을 선보였다.
이날 오후 4시부터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성소수자 행진 '퀴어 퍼레이드'는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와 종로, 한국은행 앞 등을 거쳐 서울광장으로 되돌아오는 경로로 진행된다.
개신교계 등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와 기도회도 열렸다.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준비위원회는 낮 12시 30분부터 퀴어축제가 열리는 서울광장 맞은편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공연을 마친 뒤 오후 4시에는 행진에 나선다.
다만 이들의 행진은 대한문 앞에서 서울경찰청과 경복궁을 돌아 다시 대한문으로 되돌아오는 경로로 진행돼 퀴어축제 참가자들과 마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민넷 등도 오후 2시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세종문화회관을 거쳐 정부서울청사까지 탈동성애인권수호국민대행진을 벌인다.
성소수자전도교회연합은 오후 1시 청계광장에서, 건전신앙수호연대는 오후 4시 동화면세점 앞에서 동성애 반대 집회와 문화제, 기도회 등을 각각 연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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