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기부했더니 스파이 몰아" 중국계 갑부, 호주언론 제소

입력 2017-07-15 13:27  

"큰돈 기부했더니 스파이 몰아" 중국계 갑부, 호주언론 제소

중국계 유력인사 향한 '스파이 의심' 잇단 보도에 강력 반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일부 중국계 인사들을 향해 최근 스파이로 의심하는 보도가 이어지자 관련 중국계 억만장자 기업인이 명예훼손 소송을 걸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큰돈을 모은 중국계 차우착윙 박사는 최근 호주 공영 ABC 방송과 주요 미디어그룹 페어팩스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고 호주언론이 15일 보도했다.






20년 전 호주 시민권을 획득한 차우는 시드니공대(UTS)에 2천만 호주달러(177억 원), 2015년에는 시드니대학에 1천500만 호주달러(133억 원)를 쾌척하는 등 큰손 기부자로 알려졌다.

차우는 소장에서 두 주요 언론의 공동 탐사보도가 자신이 호주를 배반하고, 영향력을 이용해 중국과 중국 공산당의 이익을 위해 일한 '불충한' 인물로 묘사했다고 지적했다.

차우는 또 관련 보도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고, 자신의 사업과 함께 개인적 및 직업적 평판에도 대중의 악평·증오·조소·경멸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초 두 언론은 차우가 정보기관인 호주안보정보기구(ASIO)로부터 중국 공산당 조직과 연계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고 대서특필했다.

두 언론은 또 차우를 불가사의한 부동산 개발업자로 묘사하면서 거액을 기부할 때는 제외하고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두 언론은 이 밖에 차우가 지난 10년 동안 주요 정당들에 400만 호주달러(35억원) 이상을 기부하며 정치 엘리트와 친목을 다져왔다며 정보당국이 기부를 통해 그가 원하는 것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보도에 대해 차우는 호주 기업들이 중국사업에 관해 조언을 구하면 조용히 도왔고 호주 정부도 잘 알고 있다며 "나는 무역 및 관광, 교육 등 비즈니스 차원의 교류 증진을 위해 일했고 개인적 이득을 추구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두 언론은 차우에 관한 보도 전날에는 호주 내에서 중국과 호주 사회 간 가교역할을 하는 중국계 여성 집에서 다량의 호주 정부 기밀문서들이 발견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틀 연속 중국계를 겨냥한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보도가 이어지자 청징예(成競業) 주호주 중국대사는 지난달 호주언론이 "중국 공포증을 부추기려 한다"며 중국이 호주 문제에 개입하려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언론도 호주 당국이 주호주 중국대사관을 상대로 스파이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인들의 망명을 끌어내려 하고 있다고 비난에 가세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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