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서 희로애락 나눈 두 국민타자의 마지막 올스타전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이)승엽이 형이 오늘 눈물을 흘릴까요."
6년 만에 프로야구 KBO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이대호(35·롯데 자이언츠)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웃으며 물었다.
9전 전승의 신화로 금메달을 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과 같은 방을 쓴 이대호는 이날 마지막으로 한 팀을 이룬다.
이승엽이 올 시즌 후 은퇴를 선언한 터라 프로팀은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이제 둘이 한솥밥을 먹을 일은 없다.
이날 드림 올스타로 함께 출전하는 이 무대가 둘이 한 더그아웃을 쓰는 마지막 장면이다.
소중한 추억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대호는 9년 전 올림픽을 떠올렸다.
이대호는 "룸메이트이자 후배로서 승엽이 형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여러 얘기를 나눴다"면서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홈런을 친 승엽이 형님이 그 경기 전까지 부진과 동생들에게 미안함이 생각났는지 방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소개했다.
눈물 많은 이승엽이 후배들에게 미안했다며 이미 그날 운동장에서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도 방에 가서도 또 울었다.
이대호가 이승엽에게 느끼는 존경심을 이승엽도 똑같이 표출했다.
이승엽은 전날 인터뷰에서 "후배지만 이대호는 존경할만한 야구 선수로 내가 가지지 못한 유연성을 갖췄다"면서 "내일 하루지만, 이대호와 함께 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승엽과 이대호는 차례로 국내 최고 타자를 지낸 뒤 일본 열도를 정복한 '한류 거포'라는 공통점으로 우애를 이어갔다.
이승엽이 KBO리그를 평정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뒤 대한민국 최고 타자의 배턴은 이대호가 물려받았다.
국내 무대에서 모든 것을 다 이룬 이대호 역시 이승엽을 따라 2012년 일본으로 향했다.
일본 최고인기팀 요미우리에서 상징적인 타순 4번을 친 이승엽은 2012년 삼성으로 복귀했고, 이대호도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주포로 활약한 뒤 메이저리그를 거쳐 올해 롯데로 돌아와 이승엽과 다시 만났다.
대표팀에서의 구심점 노릇도 이승엽에게서 이대호로 이어졌다.
'합법적인 병역 브로커'라는 애칭이 붙었을 정도로 이승엽은 숱한 국제 대회에서 강렬한 적시타와 홈런으로 우리나라 야구를 세계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2년 전 '프리미어 12'에서 그라운드 안팎에서 맏형 구실을 톡톡히 한 이대호는 이승엽을 승계한 대표팀 타선의 버팀목이자 구심점이었다.
이대호는 "승엽이 형이나 저나 이제 대표팀의 끝물 아닙니까. 이제 젊고 새로운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우리 대표팀의 좋은 성적을 위해 큰 활약을 펼쳐주길 바랍니다"라고 기대했다.
이승엽은 경기 전 큰 아들 은혁(13)군을 보고 "빨리 대호 삼촌에게 가보라"면서 인사를 시켰다.
그러자 이대호는 "얼른 온나"라며 은혁군을 반갑게 옆에 앉히고 따라온 이승엽과 자연스럽게 동석했다. 둘을 한 프레임에 담으려는 카메라 플래시가 순식간에 곳곳에서 터졌다.
cany99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