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산(酸)투척 연쇄 노상강도에 "산성물질 휴대도 처벌해야"

입력 2017-07-15 19:24  

영국, 산(酸)투척 연쇄 노상강도에 "산성물질 휴대도 처벌해야"

런던서 10대 두명, 모터자전거 노린 노상강도…5차례 산(酸) 투척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런던에서 발생한 연쇄 산(酸) 공격을 계기로 영국에서 산성 물질도 흉기와 마찬가지로 휴대하는 것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세, 15세 등 10대 2명은 지난 13일 밤 1시간여 동안 모페드(모터 달린 자전거)를 타고 런던 동부 일대에서 5차례에 걸쳐 산성 물질을 얼굴에 뿌렸다. 5명이 다친 가운데 1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배달업체 직원 2명을 포함해 피해자들은 모두 모페드를 몰고 있었다. 10대 두 명이 모페드를 노린 노상강도에 산성 물질을 흉기로 쓴 것이다. 경찰은 이들 두 명을 강도와 상해 혐의로 체포해 수사 중이다.

이 사건은 영국에서, 특히 수도 런던에서 급증한 산(酸) 등 독성 물질 공격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런던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런던에서 산(酸)이나 다른 독성물질이 이용됐거나 이를 이용해 위협한 공격이 2015년 261건에서 2016년 458건으로 급증했다.

이중 3분의 1은 노상강도 사건이었다고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노상강도에 흉기 대신 독성물질이 이용된 것이다.

영국 전체로는 2015년과 2016년 각각 460건, 504건이 발생해 독성물질 공격이 대부분 런던에서 일어났다.

이에 대해 산 공격 희생자들은 흉기 휴대 처벌이 강화되자 흉기가 산성물질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 공격 희생자 국제연대'의 자프 샤프는 일간 텔레그래프에 "암흑가 청소년들에게 강 산성 물질이 선택의 무기가 되고 있다"며 "이들에겐 '안전한' 범죄다. 왜냐하면 산성 물질은 갖고 있어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 산성 물질은 값도 아주 싸고 현금을 주고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한 산성 물질에 대해 18세 이상과 신용카드 구매 제한을 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텔레그래프는 91% 농도 산(酸)은 DIY 매장 등에서 연령 제한 없이 손쉽게 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하원은 오는 17일 급증한 산성물질 공격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를 주재할 장관 출신의 스테픈 팀스 노동당 의원은 "산성 물질 휴대만으로도 처벌해야 하고 구매 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팀스 의원은 "흉기 휴대를 처벌한 이후 상당한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산성 물질에도 같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5년 시행된 법은 두 차례 이상 흉기를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되면 최대 징역 6개월의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내무부 대변인은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총리실 대변인도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번 공격을 "끔찍한" 범죄로 여기고 있다면서도 "상해를 가하려는 의도로 산(酸) 또는 독성물질을 휴대하는 것은 지금도 범죄"라고 덧붙였다.

ju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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