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장 된 갯벌' 장맛비 지나간 서해안 '몸살'

입력 2017-07-16 11:51  

'쓰레기장 된 갯벌' 장맛비 지나간 서해안 '몸살'

폐어구·생활쓰레기…금강 따라 대전·충북에서도 떠내려와

(서천=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장맛비가 지나간 15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면 한 해안가.


바닷물이 빠진 갯벌을 따라 쓰레기 더미가 첩첩이 쌓여 있다.

어망과 밧줄 등 폐어구부터 장판, 음료수병 등 생활 쓰레기가 널렸고, 자동차 타이어가 갯벌에 처박혀 있다.

강한 바람과 함께 찾아온 장맛비로 쓰레기가 밀물을 타고 해안가로 떠밀려 왔다.

여성 근로자 5∼6명이 갈퀴로 쓰레기를 모으면 남성 근로자들이 마대에 옮겨 담아 치운다.

30분이 지났을까. 1t짜리 트럭에 쓰레기가 한가득 쌓였다.

주민 김모(63·여)씨는 "지난주 장맛비에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쓰레기가 엄청나게 밀려 왔다"며 "아무리 치워도 바람이 불면 또다시 쓰레기가 쌓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바닷가에서는 쓰레기를 치우려고 중장비까지 동원했다.

나뭇가지, 농약병, 스티로폼까지 온갖 쓰레기가 계속 밀려들어 말 그대로 쓰레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국산이나 일본산 쓰레기도 적지 않다.

가뭄으로 홍역을 치른 충남 서해안 일대는 해안에 떠밀려온 각종 쓰레기로 또다시 몸살을 앓는다.

서천군은 최근 3∼4일 사이 100t 가까운 쓰레기를 치웠지만, 빙산의 일각이라고 설명한다.

손을 대지 못한 해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갯벌이 아니라 쓰레기 매립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혀를 찬다.

쓰레기 처리업체 관계자는 "쓰레기가 이렇게 많은 데 누가 피서를 오겠느냐"며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기 전에 빨리 치워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폭우와 함께 밀려든 쓰레기는 환경 오염을 물론 어업 활동에도 막대한 피해를 준다.

바다에 설치한 어망에 각종 쓰레기가 걸려 어망을 상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어선이 항해할 때 스크루에 쓰레기가 걸려 안전사고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서천에 쓰레기가 많이 떠밀려오는 이유는 인근 금강하굿둑 때문이다.

장맛비로 금강 상류에서 떠내려온 각종 생활 쓰레기가 금강하굿둑 수문을 열 때 바다로 쓸려 내려 온다.

실제 쓰레기를 살펴보면 폐어구와 생활 쓰레기가 절반씩이다.

생활 쓰레기 가운데 대전이나 충북에서 버린 것으로 추정하는 쓰레기도 적지 않았다.

자치단체가 수거에 나섰지만, 워낙 양이 많아 역부족이다.

서천군 관계자는 "하루 평균 20여명을 동원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지만, 서천지역 해변을 한 번 청소하는 데 일주일가량 걸린다"며 "상당량이 금강 상류에서 떠내려온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인근 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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