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곧 군사회담 제안할 듯…北 호응시 1년7개월만의 남북회담
8월 UFG 훈련이 변수…광복절 계기 남북공동행사 성사 여부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절제된 반응을 내놓으면서 꽉 막힌 남북관계에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북한은 15일 노동신문 개인필명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지난 6일 '베를린 구상'에 대해 9일 만에 첫 반응을 내놓았다. 논평 대부분은 베를린 구상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내용이었지만, 그 수위는 우려했던 것보다 낮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존중, 이행을 다짐하는 등 선임자들과는 다른 일련의 입장들이 담겨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이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대목도 있었다.
북한은 2000년 3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대해서도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첫 반응을 내놓았는데, 남북관계가 좋은 흐름이었음에도 비판이 주를 이뤘고 이번처럼 긍정적으로 평가한 부분은 없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16일 "북한의 반응이 걱정했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면서 "북한의 반응을 고려해 부처 간 조율을 거쳐 베를린 구상 이행계획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이번 주 북한에 적대 행위 중지를 위한 군사실무회담을 제안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 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적대 행위를 상호 중단하자"고 제안한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북한도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대북 전단살포 등은 이른바 '체제 존엄'과 관련된 문제로 여겨 관심이 많아 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자 남북 간 통신채널을 단절했으면서도 그해 5월 군 통신선을 이용해 우리 측에 군사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은 전날 논평에서도 "제2의 6·15시대로 가는 노정에서 북과 남이 함께 떼여야 할 첫 발자국은 당연히 북남관계의 근본문제인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가 군사회담을 제안하고 북한이 이에 응한다면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1년 7개월여만의 남북 당국회담이 성사되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단절된 남북 대화채널이 복구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논평에서 우리 정부의 '제재와 대화의 병행' 방침에 '잠꼬대'라고 지적하고,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대해서도 '빛 좋은 개살구'라고 비판하는 등 날을 세우고 있어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8월 중순 시작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군사회담이 성사된다면 북한은 우리 측에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UFG가 남북관계의 고비가 될 것"이라며 "남북 간 의미 있는 대화는 UFG가 끝난 뒤에야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전날 논평에서 '전민족적 통일대회합 개최'를 강조한 것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북한은 '통일대회합'을 거론하면서 '외세의존의 길'이 아닌 '자주통일을 위한 올바른 길로 들어서라'고 촉구했다.
이는 지난 2005년 서울에서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8월 14∼17일 진행된 '자주 평화 통일을 위한 민족대축전'과 비슷한 형태의 행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남북과 해외의 대표단이 참석한 행사에는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기남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도 남북 당국을 대표해 참석한 바 있다.
이와 관련,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가 광복절을 계기로 남북 공동행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어서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남북 공동행사는 북핵 상황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돼야 할 부분"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성사 여부를 언급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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