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건길 국외문화재재단 이사장 "대한제국 주미공사관 가을 개관 목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문화재 환수의 첫걸음은 무엇일까요. 바로 유물의 뿌리를 찾는 일입니다. 해당 문화재가 약탈당한 것인지, 기증 또는 판매로 빠져나간 것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의 조사·연구와 환수, 활용 사업 등을 추진하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지건길 이사장은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화재 환수는 긴 호흡으로 해야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고고학자인 지 이사장은 작년 9월부터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이끌고 있다. 그가 해외 문화재의 조사를 강조하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문화재 환수가 쉽지 않고, 소장자와의 친밀도 형성이 환수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 이사장은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 수가 공식적으로는 16만여 점이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며 "외국의 개인이나 기관이 감춰두고 있거나 다른 나라 유물로 잘못 알고 있는 문화재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금까지 재단이 조사한 외국의 우리 문화재는 2만4천500여 점에 이른다. 올해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린덴박물관과 뮌헨 인근의 상트오틸리엔 수도원, 일본 나라(奈良)현 데즈카야마(帝塚山)대에서 조사를 벌인다.
지 이사장은 문화재를 환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에서 돌려받은 문정왕후 어보와 현종 어보처럼 강제로 몰수할 수도 있지만, 구입하거나 기증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약탈당했다는 사실이 분명히 밝혀졌다면 여러 방법을 동원해 능력껏 가져와야겠지만, 유출 경로가 명확하지 않은 유물은 소장자가 내놓는 것조차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유물이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오랫동안 설득해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끌어내고, 향후 기증식을 열어 감동을 준다면 환수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재단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이 문화재를 환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외국에서 운영되는 3천여 개 경매 사이트를 검색해 한국 문화재 정보를 종교기관과 박물관에 보내고, 문화재 관련 시민단체를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 이사장은 서산 부석사와 일본 쓰시마섬 간논지(觀音寺)가 소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시대 금동관세음보살좌상에 대해서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판단이 엇갈린 상태인데,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며 "이 불상으로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경계심이 커져 조사와 대화가 어려워진 면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문화재 조사는 환수뿐만 아니라 활용의 토대도 된다. 사실상 환수할 수 없다면 차라리 많은 사람이 감상할 수 있는 자리에 공개되는 편이 낫다.
이에 대해 지 이사장은 "외국 박물관에 가면 한국관이 중국관이나 일본관보다 작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가 전시된다면 이런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우리 문화재의 상태를 파악해 보수하는 일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는 미국 박물관 두 곳이 소장한 조선시대 회화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 두 점의 보존처리를 했고, 올해는 미국 플로리다대가 보유한 김은호의 '미인승무도'를 보수했다. 작년 11월에는 영국 런던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에 전문가를 보내 조선 칠기를 보존처리하는 방법을 교육하기도 했다.
지 이사장은 2015년 10월부터 복원 중인 미국 워싱턴DC의 대한제국 공사관을 가을에 개관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대한제국 외국 공관 중 유일하게 남은 이 건물은 1891년부터 1905년까지 주미 공사관으로 사용됐고, 을사늑약이 체결된 뒤 일제가 빼앗았다.
"공사관 건물이 역사지구에 있어서 공사하기가 까다로운 것 같습니다. 140년 된 낡은 건물이어서 손볼 데도 많고요. 올해가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이고, 고종이 박정양을 공사로 파견한 지는 130년이 됩니다. 연내에 문을 열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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