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1조2천억 원을 들여 개발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이 기본적인 비행 안전성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기체 설계 결함, 결빙 상황 엔진 이상 등 심각한 문제점을 방치한 채 무리하게 전력화됐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엔진, 기체, 탑재장비 등에 하자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기체 내부로 빗물이 새는 경우도 확인됐다고 한다. 감사원은 수리온 헬기 사업에 대한 두 차례 감사 결과를 토대로 16일 장명진 방사청장과 이상명 한국형 헬기사업단장 등 3명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수리온의 결빙 운용 능력이 보완될 때까지 전력화를 중단하고,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라고 방사청에 통보했다.
수리온은 방사청 주관 아래 국방과학연구소(ADD)와 KAI 등이 2006년 개발에 착수한 첫 국산 기동헬기이다. 2012년 6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아 같은 해 말부터 일선 부대에 배치됐다. 기동형(KUH)과 공격형(KAH)으로 구분하는데 의무 후송, 탐색·구조, 전술 수송, 군수 지원 등을 주로 하지만 필요할 때는 공중강습 임무도 할 수 있다. 당초 수리온은 국산 '명품 헬기'로 기대를 모았는데 실제로는 사고뭉치였다. 가깝게는 작년 12월 수리온 4호기가 엔진 결함으로 불시착해 194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그 전에도 2015년 1월과 2월 수리온 12호기·2호기 비상착륙, 2015년 12월 수리온 4호기 추락, 2014년 8월 수리온 16호기 엔진 정지 외에 5차례의 전방유리(윈드실드) 파손, 동체 프레임(뼈대) 균열 등이 꼬리를 물었다. 방사청은 2015년 수리온이 세 차례나 엔진 이상으로 추락하거나 비상착륙하자 미국 기관에 성능 실험을 의뢰했다. 지난해 3월 나온 결과는, 엔진의 공기 흡입구 등에 허용량 이상의 결빙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제작사 KAI는 2018년 6월까지 결빙 문제를 보완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그러자 방사청은 전력 공백을 이유로 내세워 KAI와 1조5천600억 원 규모의 3차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항공 안전에 치명적인 엔진 결빙과 설계상 결함 문제의 해결을 미룬 채 생산부터 하겠다는 KAI의 입장을 수용한 셈이다. 감사원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사실 감사원이 장 청장 등을 검찰에 넘긴 것은 지난달 하순이다. KAI 원가 부풀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가 이 사건도 함께 수사 중이라고 한다. 수리온 제작사 KAI는 이중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게 됐다. 장 청장 등에 대한 수사의 초점은, 정책 결정의 잘못이 업무상 배임죄를 물을 정도인가를 가리는 것이다. 장 청장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무리한 전력화 배경에 '윗선'이 개입했는지도 수사할 것 같다. 그래서 수리온 전력화 과정에서 장 청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2014년 '민간 전문가'로 발탁된 장 청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같은 대학 과 동기다. 어쨌든 수리온의 무리한 전력화는 방산 비리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체 방산 비리와 비교하면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철저히 파헤쳐 방산 비리 근절에 힘을 보태야 한다. 빗물 새는 헬기가 국민 가슴에 비애감을 안겨주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해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