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끊겨 에어컨 먹통 돼 찜통…단수로 청소도 안 돼"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생후 11개월 된 아기가 있는데 물도 안 나오고 전기도 안 나와 모텔에서 자야 할 판입니다"
최악의 폭우가 쏟아진 16일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이모(32)씨는 답답한 듯 어려움을 토로했다.
181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는 이날 오전 폭우가 쏟아진 탓에 아수라장이 됐다.
지하 전기실이 침수된 탓에 전기가 오전부터 끊기면서 반 원시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더군다나 생후 11개월 된 아기 분유조차 타 줄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물에 가득 차 접근이 아예 불가능하다.
인근 상수도관이 파열된 탓에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돼 침수돼 흙범벅이가 된 곳을 세척조차 할 수 없다.
이씨는 "수도물이 안 나와 편의점에서 생수 6통을 급하게 집에 사다 놨다"며 "가뜩이나 아기가 더위에 민감한 편이라 밤에 전기가 안 들어오면 인근 모텔에서 자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직접 피해를 본 주민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 사는 김모(56)씨는 물에 잠긴 흙을 청소하려고 해도 물이 나오지 않아서 애만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물이 나와야 하는데 나오지 않아서 침수된 곳을 청소조차 못 했다"며 "언제 복구가 완료될지 생각하면 앞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최악의 폭우가 쏟아진 탓에 청주 지역 주택가에 단전·단수 사태가 잇따르면서 피해 주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청주 시내 곳곳에 시간당 9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사실상 도시 기능이 마비됐니다.
이날 오전 청주 석남천 제방이 유실돼 상수도관이 파열됐다 오후 3시께 응급 복구됐지만, 가경동과 복대동, 비하동, 강서 1·2동 6만1천가구의 수도 공급이 한때 중단됐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저지대는 현재 정상적으로 수도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지만 고지대는 아직 원활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청주 도심 곳곳에서 일부 크고 작은 상수도관이 파손됐다"고 말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불편 신고가 들어오는 대로 수리팀을 현장에 보내 수리 작업을 펼치고 있다.
청주 도심 일부 아파트 지역을 중심으로 지하 전기실이 침수됨에 따라 단전 사태로 인해 불편을 겪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청주 흥덕구 복대동·오송읍·옥산면 일대에 정전이 발생했고 서원구 사직동 등 시내 곳곳에 일시적인 정전이 발생하자 한전은 긴급복구반을 투입했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는 긴급복구반을 투입해 조치를 완료한 상태"라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피해를 점검하기 위해 계속 순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주에는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1995년 8월 25일 293㎜가 내린 이후 22년 만에 가장 많은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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