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중해를 건너 도착하는 아프리카·중동발 난민 행렬과 관련, 이탈리아 지방 정부들이 중앙 정부가 할당한 난민을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잇따라 반기를 들고 나섰다.
16일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시칠리아 섬의 북동부 도시 메시나에 속한 소도시 카스텔 움베르토에서는 15일 주민 수 십 명이 난민 50명이 도착한 호텔을 둘러싸고 난민 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빈첸초 리오네토 시장은 이날 아침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마을의 호텔에 난민이 이송된다는 사실을 정부로부터 막 통보받았다"며 주민에게 이 호텔로 모여달라고 긴급 공지했다.
예전에 버려진 3층짜리 이 낡은 호텔엔 간밤에 가나,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시장의 요청에 차를 타고 속속 도착해 호텔 주변을 에워싼 주민 수십 명은 리오네토 시장과 함께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을 주민 한 명은 "이 남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과연 누가 알 수 있겠느냐. 누가 이들 사이에 테러리스트가 없는지 보장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매우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자신의 마을에 난민이 수 십 명이 한꺼번에 들어온 것에 못마땅해 했다.
또 다른 주민은 "며칠 후에는 이들이 광장에 진을 치는 장면을 보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들을 자신의 마을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수도 로마가 속한 라치오 주의 항구도시 치비타베키아의 안토니오 코촐리노 시장은 앞서 지난 14일 난민이 대량으로 머무는 센터를 건설하겠다는 내무부의 계획을 거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시칠리아와 사르데냐 섬의 주요 항만, 칼라브리아, 살레르노 등 남부 항구도시에 난민선 입항이 계속 늘어나며 난민 수용이 한계에 부딪히자 치비타베키아 등 중부의 항만을 추가로 개방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촐리노 시장은 "우리는 난민 센터를 관리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중앙 정부가 이 위험한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면 우리는 매우 어려운 비상 상황에 봉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북부 롬바르디아 주의 바레세 현에 속한 소도시 베스나테에서는 시장이 정부가 당초 약속한 난민보다 더 많은 난민을 이곳에 분산 배치하자 단식 투쟁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조반니 코르보 시장은 당초 동의한 15명의 배가 넘는 난민 32명이 자신의 마을로 보내지자 지난 11일부터 항의 차원에서 단식을 감행했고, 중앙 정부로부터 약속한 15명 이외의 난민을 다른 곳으로 보내겠다는 공식 답변을 받은 지난 14일에야 단식을 중단했다.
지난 3년 동안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이 총 50만 명에 달한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도 이탈리아에 입국한 난민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증가한 8만6천여 명에 이른다. 이 같은 숫자는 올해 유럽행 난민 10만 명의 90%에 육박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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