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SKT 사장 1호 인수합병…"5년 내 10배 부가가치 창출"
SM엔터테인먼트도 ICT 분야서 시너지 기대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SK텔레콤[017670]이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콘텐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엑소,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다수의 한류 스타를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은 인공지능(AI) 등 ICT(정보통신기술)와 콘텐츠의 결합을 통한 가치 창출이라는 SK텔레콤의 비전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번 교차투자를 통해 광고비즈니스 모델을 구축을 통한 콘텐츠 제작 여력을 확보할 기반을 다졌으며 ICT 분야에서 새로운 시너지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양사의 이번 결정은 사업 인프라 공유를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 양사, 계열사 상호 지분 인수로 글로벌 시너지 모색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는 17일 상호 계열사 지분인수를 통한 콘텐츠 사업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은 음향기기 계열사 아이리버와 SM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 제작사 SM C&C에 각각 250억원과 650억원을 유상증자하고, SM엔터테인먼트는 계열사와 함께 아이리버와 SM C&C에 각각 400억원과 73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아이리버와 SM C&C 등 두 개의 계열사를 통해 일종의 '겹사돈'을 맺은 셈이다.
그만큼 사업 시너지에 대한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의 기대가 크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SK텔레콤은 SM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 경쟁력에 주목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로 SM C&C를 통해 강호동, 신동엽, 전현무 등 인기 스타의 매니지먼트와 각종 방송 콘텐츠 제작까지 담당하고 있다. SM C&C는 지난해 매출 95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에 속한 K팝 스타들은 글로벌 경쟁력의 원천으로 꼽힌다.
2013년 음원 서비스 업체 멜론을 매각한 이후 콘텐츠에 목말라 있던 SK텔레콤으로서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셈이다.
◇ 박정호 SKT 사장의 야심작…AI에 한류 콘텐츠 결합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올 초 취임 직후부터 의욕적으로 이번 인수합병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취임사에서 "혼자서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다양한 사업자와 제휴를 통한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전시회 'MWC 2017' 간담회에서는 미래 성장 축으로 미디어·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을 꼽으며 "미디어 플랫폼 사업이 성공하면 한국의 콘텐츠를 조금 더 유리한 조건으로 글로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지난해 CJ헬로비전[037560] 인수합병이 무산되고 그룹 내 M&A 전문가로 꼽히는 박 사장이 취임한 이후 SK텔레콤이 사업 확대를 위해 추가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은 SK텔레콤의 해외 진출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은 우선 아이리버를 앞세워 K팝 팬을 대상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이리버가 샤이니 멤버의 목소리를 담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제작하거나 엑소의 로고를 새긴 이어폰을 만드는 방식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이를 위해 아이리버는 SM의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인 SM MC와 합병하는 한편 스타 머천다이징 업체 SM LDC를 인수해 100% 자회사로 두기로 했다.
한때 국내 MP3 시장을 지배했던 아이리버는 2014년 SK텔레콤에 인수된 뒤 고급 오디오 브랜드 아스텔앤컨을 앞세워 부활을 모색했지만, 틈새시장에 머물러왔다.
이번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은 K팝 연계 상품의 출시를 통해 중국·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서 아이리버의 입지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이 보유한 AI 기술 등 ICT와 한류 콘텐츠의 결합도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AI 비서를 탑재한 아스텔앤컨 헤드셋에서 음성만으로 엑소의 노래를 재생하고, 모바일 TV 옥수수 등을 통해 동방신기의 360 VR(가상현실) 라이브 팬미팅에 참여할 수도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으로 1차 콘텐츠 사업, 2차 한류 특화 사업이 활성화하면 한류 팬 대상의 관광, 쇼핑 등 3차 사업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SK텔레콤의 예상이다.
◇ "이종산업 간 결합으로 부가가치 창출"
SM엔터테인먼트도 ICT 분야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이 회사는 콘텐츠 확대를 위해 ICT 기업과 제휴를 꾸준히 모색해왔다. 지난 2월 미국에서 열린 전자제품 전시회 CES에서는 SK텔레콤 계열사인 SK C&C의 인공지능 '에이브릴'과 결합한 음성 비서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3월 YG엔터테인먼트가 네이버로부터 1천억원의 투자를 받는 등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SM엔터테인먼트의 행보에 자극이 된 것으로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는 SM C&C를 통해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의 광고 사업을 인수해 일본 최대의 종합 광고대행사 '덴츠'를 벤치마크한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부터 광고주로부터 선투자를 받아 다시 콘텐츠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광고 수익은 물론 콘텐츠 제작 역량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서로 다른 회사 간 역량과 인프라를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SK그룹의 신 경영방침 '딥 체인지(Deep Change) 2.0'의 대표 사례"라며 "한류와 ICT의 결합을 통해 5년 내 10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의 협력으로 ICT-콘텐츠 업체 간 합종연횡은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앞서 LG유플러스[032640]는 전략적 협력 차원에서 지난 3월 KT 계열 음원 서비스 지니뮤직의 지분 15%를 인수하며 KT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성장 사업으로 미디어 플랫폼에 주력하는 통신사들이 안정적인 콘텐츠의 확보를 위해 추가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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