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범벅 가재도구 씻어낼수록 한숨만…모두 버릴 판"

입력 2017-07-17 14:43   수정 2017-07-17 15:41

"진흙 범벅 가재도구 씻어낼수록 한숨만…모두 버릴 판"

청주 수해지역 쓰레기 산더미…"수거 제때 안되면 악취·벌레 우글"

"이런 수해 처음" 혀 내차면서도 복구 비지땀…"당국 적극 나서야"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이승민 기자 = "복구작업은 대충 끝냈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네요"

17일 오후 청주의 하늘빛은 여전히 찌뿌둥했지만, 전날 시간당 90m가 넘는 최악의 폭우가 쏟아졌다고는 믿기지 않았다.


집중호우로 석남천이 범람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청주시 흥덕구 복대·비하동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복구작업에 속도를 냈다.

비가 그친 전날 오후부터 본격적인 복구작업이 시작돼 건물과 거리에 쌓였던 진흙은 상당 부분 제거된 상태였다.

배수작업도 원활해 예상보다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삶의 터전과 보금자리를 한순간에 잃은 주민들의 표정은 좀처럼 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진흙 뒤에 감춰져 있던 피해 흔적은 처참했다.

피해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거리로 내놓은 물에 젖은 옷가지와 가재도구 등은 사용할 수 있어 보이는 게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진흙 범벅이 된 가재도구를 연신 물로 씻어내는 한 주민의 표정은 이내 일그러졌다.

주민들은 당장의 청소는 둘째치고,이번 비로 손해를 본 생각을 하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입을 모았다.

비하동에서 담배진열대 대리점을 운영하는 황모(43)씨는 전날 내린 폭우로 1층 창고가 모두 물에 잠겼다.


황씨는 "창고 안에 있던 담배진열대 10여개와 홍보물 등 4천만원 상당의 물품을 모두 폐기 처분해야 할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복대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모(45)씨는 전날부터 가족과 친지 등 7명이 모두 달려들어 가게 안 청소를 하고 있지만 절반도 끝내지 못했다.

한씨는 "식탁과 의자 등 집기류가 모두 물에 불어 못쓰게 됐다"며 "적어도 일주일은 장사를 접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한씨의 옆 가게도 사정이 비슷했다.

이곳에서 가정식 백반집을 운영한 하모(72)씨는 "얼마 전 이사와 도배고, 가구고 모두 새로 장만했는데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하씨와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은 재해보험을 들지 않은 경우가 많아 금전적 손해가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구 내덕동 일대에서도 복구작업을 하는 주민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과거부터 상습 침수구역이었던 내덕동에는 청주시가 수난 방지를 위해 우수저류시설을 설치했다.

하지만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진 폭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내덕동에서 50년 가까이 살았다는 이모씨는 "예전에도 비가 많이 오면 가게 문턱까지 물이 차곤 했지만 이번 비는 가게 안 방안까지 흙탕물이 들이닥쳤다"며 "내 평생 이런 수해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거리에 산더미처럼 쌓인 침수 피해 물품을 바라보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걱정이 있다.

대부분 재사용이 불가능한 쓰레기인데 제때 수거가 되지 않으면 악취는 물론 벌레가 들끌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씨는 "가뜩이나 물이 들어찼다 빠진 곳이라 어수선한데 악취에 벌레까지 날아다니면 가게에 손님들이 찾아오겠느냐"며 "시청에서 쓰레기 수거만큼은 서둘러 달라"고 당부했다.

청주에는 지난 15∼16일 이틀간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1995년 8월 이후 22년 만의 홍수였다.

jeon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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