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농업 등 5개 개방약속 중 제대로 이행된 것은 하나뿐"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마무리된 지 100일을 넘겼다.
당시 양국 무역 역사상 전례 없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100일 계획' 역시 기한을 다했지만, 미국 기업 사이에서는 중국 시장에 실질적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이 여전히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양국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100일 계획'이 기대와는 달리 확실하거나 엄청난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금융과 농업시장의 빗장을 풀고 미국 기업에 문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부 분야에서만 느린 속도로 접근이 가능해졌고 여전히 불확실성과 장애물들이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기업이 중국 규제장벽 때문에 오랜 기간 좌절을 맛본 분야를 다섯 개로 정리했다. 이 가운데 3개는 금융, 2개는 농업 분야였다.
100일 계획이 진행되면서 확실한 변화가 나타난 것은 이 가운데 채권시장뿐이다.
중국 정부는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에 중국 채권시장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줬다.
반면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가 중국에서 자사 신용카드를 배부할 은행을 확보하려 해온 숙원사업은 카드사가 라이선싱 절차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수준에 그쳤다.
지난 10일 중국 정부가 신용평가 서비스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을 없애는 규정을 발표하면서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피치가 전액 출자한 금융서비스 회사를 세울 길이 열렸다.
다만 절차상의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국내 신용등급을 발표할 때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한계점이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에 대한 승인을 놓고 지루한 시간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당초 7월 중순까지 GMO 작물과 관련한 8개 기업의 신청서를 허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허가를 얻은 곳은 다우케미컬과 몬샌토뿐이다.
또 지난달 말에 쇠고기 시장이 14년 만에 처음으로 열렸지만, 여전히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완전 개방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성장촉진제를 쓴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고 세세한 도축 기록도 요구하고 있다.
마셀 스미츠 카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미국산 소는 제한적인 수에 그친다"며 "단기간에 상황이 많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양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오는 19일에 만나 무역과 투자 이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중국의 시장 개방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제이크 파커 미·중 기업 협의회 부회장은 "기한까지 약속을 지키기는 했지만 (중국 정부는) 뭔가를 더 할 수 있다"며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실제로 영업할 수 있느냐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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