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 부유하고 연줄 좋은 기업인 대리인으로 자주 활용"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최근 미국 '러시아 스캔들'의 핵으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변호사 간 만남이 성사되는 과정에 러시아 재벌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인물의 역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건설·부동산개발 전문 업체 '크로쿠스 그룹'의 아라스 아갈라로프(61) 회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라스는 미국 대선 기간인 지난해 6월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정부와 연계된 여성 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의 만남을 막후에서 주선한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러시아 유명 팝가수이자 사업가 에민 아갈라로프의 아버지다.
트럼프 주니어는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정보를 건네받기 위해 러시아 측 인사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데 이어 베셀니츠카야를 직접 만난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최근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에민의 대리인 로브 골드스톤은 당시 트럼프 주니어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에민이 전화를 걸어와 매우 흥미로운 것을 가지고 당신과 접촉해보라고 했다"면서 "러시아 검사가 에민의 아버지인 아라스를 오늘 아침 만나 이렇게 제의했다. 트럼프 캠프에 힐러리, 그리고 힐러리와 러시아의 거래에 죄를 덮어씌울 수 있는 공식 문서와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 수 있다. 그것은 당신의 아버지에 매우 유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것은 분명히 매우 민감한 고급정보이지만, 트럼프 후보에 대한 러시아와 러시아 정부 지원의 일부"라고 강조하면서 "러시아 정부 변호사"가 이런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만남을 제의했다.
에민과 아라스 부자는 2013년 러시아에서 열린 트럼프 그룹 주최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후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부자와 인연을 맺었다.
NYT는 이번에 공개된 이메일 내용을 넘어서서 아라스 부자가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캠프 간 통로 역할을 했다는 다른 증거는 없지만, 부유하고 연줄이 좋은 러시아 기업인들이 러시아 정부로부터 명령 이행을 요구받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말벌집과 같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즉흥적으로 결정되는 정책과 갑작스러운 기회를 잡아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경쟁의 장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러한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러시아 정부는 관료나 외교관, 그 외 공무원들을 무시하고 정부 측이 볼 때 필요한 일을 완수해낼 것으로 생각하는 이에게 일을 맡긴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과 그의 고위 측근들에게 얼마나 이용가치가 있는지에 따라 지위의 성쇠가 좌우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민경제국가행정아카데미(RANEPA) 정치학자 에카테리나 슐만은 "어떤 의미에서 누구도 러시아 정부의 직접적인 대리인이 아니지만, 필요성이 생기면 누구라도 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자신의 블로그에 러시아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아갈라로프 부자가 명령을 따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나발니는 골드스톤이 트럼프 주니어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정보 제공자로 언급한 검사는 푸틴 대통령의 충성파인 유리 차이카 러시아 검찰총장을 가리킨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정보가 러시아 정부에서 차이카와 아라스를 통해 트럼프 측에 전달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정부 보안 기관은 이러한 믿을만한 통로를 이용해 쉽게 트럼프 측과 접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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