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전문병원 사라진다…척추·관절에만 신청 몰려

입력 2017-07-18 07:00  

소아청소년 전문병원 사라진다…척추·관절에만 신청 몰려

2018~2020 전문병원 신청마감, 척추 18곳·관절 20곳 접수

비용 대비 돈 벌이 많은 분야만 '인기'…복지부 "대책 찾겠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정부가 특정 질환 및 진료과목에 전문화된 의료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지난 2011년에 도입한 전문병원 제도가 진료과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2020년까지 지정될 '제3기 전문병원' 신청이 마감된 가운데 척추(18곳)와 관절(20곳) 분야는 지원한 의료기관이 많았다.

이와 비교했을 때 소아청소년과 분야는 지원한 의료기관이 단 한 곳도 없었으며, 심장(1건)·유방(1건)·신경과(1건) 분야도 저조한 지원율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부터 올해 말까지 운영되는 제2기 전문병원 신청을 받을 때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당시 제2기 전문병원에 선정된 척추 전문병원은 17곳, 관절 전문병원은 18곳이었으나, 소아청소년과는 신청 의료기관이 없는 채로 마감됐다. 결국, 현재까지 국내에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을 운영 중인 의료기관은 전무한 상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의료계는 척추·관절에 비해 소아청소년과는 전문병원 지정을 받기가 까다롭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전문병원에 지정되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서류·현지조사를 거쳐 전문병원 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선정하게 된다.

심사기준은 ▲ 환자구성비율 ▲ 진료량 ▲ 병상 수 ▲ 필수진료과목 ▲ 의료인력 ▲ 의료 질 평가 ▲ 의료기관 인증 등 7가지 항목인데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기준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다.

대한중소병원협회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 항목이 많은 척추·관절 분야는 아무래도 전문병원 요건을 갖추기 위한 '자금' 마련을 하기가 쉬운 편"이라며 "소아청소년과는 고가의 장비를 많이 들여놓아야 하고, 의료인력(전문의 등)을 구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전문병원 신청을 아예 포기하는 의료기관이 많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에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전문병원 제도가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과의 경우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복지부는 전문병원 활성화를 위해 적절한 보상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과의 전문병원 신청률이 저조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며 "아직 정확한 원인은 우리도 알 수 없지만, 조만간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지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A 전문병원 원장은 "전문병원에 지정되려면 인력, 시설 등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보상이 너무 부족하다"며 "또 온라인상에서는 전문병원에 지정받지 못한 일부 의료기관이 마치 전문병원인 것처럼 교묘하게 홍보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불법행위도 정부가 앞장서서 근절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k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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