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 살피러 간 뒤 연락두절, 가족들 뜬눈으로 밤새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지난 16일 충청권을 강타한 집중호우 때 충북 보은군 산외면에서 물꼬를 돌보러 갔다가 연락 두절된 김모(77)씨 수색작업이 장기화하고 있다.
18일 보은소방서 등에 따르면 실종 이후 이날까지 경찰과 군부대 장병, 군청 직원 등 연인원 300여명을 투입해 하천과 풀숲 등을 수색하고 있으나 김씨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17일부터는 소방헬기 1대와 드론 2대, 구조견까지 투입돼 수색범위를 넓히고 있다.
김씨는 실종 당일 오전 9시께 폭우 속에서 물꼬를 돌보러 간 뒤 행적이 끊겼다. 이웃들은 "감색 비옷을 입은 그가 삽을 손에 들고 논으로 향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비가 그친 뒤에도 그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논 옆 콘크리트 농수로에서는 주인 잃은 삽이 발견됐다.
당시 이 지역에는 순식간에 140㎜의 폭우가 쏟아져 농수로와 농로 등이 물바다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논둑을 점검하던 김씨가 급류에 휩쓸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삽이 발견된 농수로는 가로·세로 80㎝ 사각 형태다. 농경지 사이를 70m가량 통과한 뒤 소하천을 거쳐 한강 지류인 달천으로 흘러간다.
당시 농수로와 맞닿은 소하천은 누런 흙탕물이 범람할 정도로 수량이 불어난 상태였다. 김씨가 급류에 휩쓸렸다면 순식간에 달천 하류까지 떠밀려 갔을 가능성이 크다.
당국도 이를 염두에 두고 달천 유역으로 수색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보은소방서 관계자는 "약 15㎞ 하류의 옥화대 부근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성과가 없다"며 "헬기와 드론을 띄워 수색범위를 하류 쪽으로 넓혀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수색이 장기화할수록 가족들은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실종된 김씨는 슬하의 6남매를 출가시킨 뒤 부인(78)과 단둘이서 생활해왔고, 최근 부인이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혼자 집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딸(61)은 "아버지의 생사를 몰라 여섯 남매가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며 "만약에 변을 당하셨다면, 하루빨리 시신이라도 발견되기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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