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92세의 나이로 정계에 복귀한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정권교체를 위해 20년 숙적인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와 연대를 맺어 눈길을 끈다.
18일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 신야권연합 희망연대(PH)는 최근 마하티르 전 총리를 의장으로 선출했다.
한때 여권연합 국민전선(BN)의 수장으로 2003년까지 22년간 말레이시아를 철권통치했던 인물을 야권의 최고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옹립한 것이다.
희망연대 측은 아직 차기 총리 후보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현지 정치권에서는 마하티르 전 총리가 야권의 총리 후보가 될 것이란 전망에 차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동성애 혐의로 투옥된 야권의 실질적 지도자인 안와르 전 부총리가 석방될 때까지 마하티르 전 총리가 차기 총리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마하티르 전 총리는 지난달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권 내부에 적합한 후보가 없다면 임시로 총리직을 맡을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마하티르 전 총리는 19년전 안와르 전 부총리의 동성애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인물이다.
유력한 총리 후계자였던 안와르 전 부총리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대책을 놓고 마하티르 전 총리와 갈등을 빚은 뒤 실각했고 부패·동성애 사범으로 몰려 옥고를 치렀다.
그는 이후 야당 지도자로 변신해 야권 연합을 이끌었으나, 2008년 보좌관에게 동성애를 강요한 혐의로 재차 기소됐고 2015년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동성애는 최장 20년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는 중죄다. 안와르 전 부총리는 정부·여당이 사건을 조작했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말레이시아 차기 총선은 2018년 중순 치러질 예정이지만, 현지에선 수개월 내에 조기 총선이 소집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나랏돈 수십억 달러를 빼돌렸다는 의혹으로 지도력이 훼손된 나집 라작 현 총리가 조기총선을 통해 정권 재창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집 총리는 비리 의혹에도 작년 5월 사라왁 주의회 선거와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뒤 마하티르 전 총리의 아들 무크리드 마하티르의 당적을 박탈하는 등 당내 반대세력을 축출하고 권력기반을 강화해 왔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한때 나집 총리의 후견인 역할을 맡았지만,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자 야권에 합류해 나집 총리의 사퇴 운동을 벌여왔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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